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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7 15:35 수정 : 2005.02.27 15:35

지역사회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한다는 ‘지역 명문고 육성’에 공·사립을 가리지 않고 혈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 추진 배경과 방법들이 공교육 정상화를 위협하고 교육개혁에 역행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목적 달성과 맞닿아 있다는 의구심조차 낳고 있다.

고교 평준화 도입 이후 공·사립을 가리지 않고 도시와 농촌은 ‘지역 명문고 육성’을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지자체와 단위학교 공동 노력으로 명문고를 육성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 때문이다. 하지만 그 추진 배경과 방법들이 공교육 정상화를 위협하고 교육개혁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빗나간 지역교육 살리기 운동’이 되고 있다. 왜 그러한가?

첫째, 과거의 낡은 방법들을 짜깁기하여 명문고 육성을 위한 구체적 방안들을 만든 뒤 획일적으로 강요함으로써 학교의 입시 학원화를 부추기고 있다. ‘스카이’반 혹은 우열반 편성 운영, 매월 사설학원 모의고사 실시, 야간 자율학습의 연장 운영, 유명학원 및 학원강사 위탁 교육, 방학 중 보충심화 학습 강화, 교육방송 수능방송 청취 내실화 등이 그렇다.

둘째, 명문고 육성의 본질은 겉으로 드러난 것과는 달리 성적이 좋은 선택된 소수 학생들을 위한 집중교육이라는 점에서 최대 피해자는 다수의 학생들이다. 견고한 대학서열 체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학교와 학교장은 학생들의 적성과 특기에 따른 진학지도의 결과보다는 서울대 합격자를 몇이나 배출했느냐에 따라 평가받는다. 입학 성적이 우수한 20~30% 안팎의 예비 고교생을 선발하여 입시학원 및 학원강사 위탁 교육을 하거나, 입도선매된 중학교 졸업생들을 끌어들여 노골적인 선수 보충학습을 감행하거나 불법적으로 우열반을 편성해 운영하는 것 등은 교육부만 모르는 명문고 육성의 정형화된 교육과정이 되고 있다.

셋째, 교육개혁의 걸림돌인 기존의 대학 서열제를 정당화하여 중등교육의 식민지성을 강화하는 집단적 지역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다. 대학 서열화 문제의 핵심은 전국의 고등학교를 입시경쟁의 전초기지로 지배하면서 중등교육을 대학 서열화의 충실한 마름으로 길들여 황폐화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지자체와 학부모, 동창회 등으로 ‘신종 교육카르텔’을 형성하여 지역사회에 의한 학교교육의 종속화를 심화할 우려를 낳고 있다. 명문고 육성을 계기로 교직 사회에서는 합리적 의사소통이 차단되고 있고, 지차제는 ‘돌아오는 농촌 만들기와 지역발전’을 앞당기는 대안이라며 재정 지원을 미끼로 학교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한 목적으로 교육재정을 지원하는 지자체가 다수이겠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목적 달성과 맞닿아 있다는 의구심을 낳고 있기에 지역사회에 의한 학교교육의 종속화 현상은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물론 아니다.

첫째, 학력과 학벌을 중시하는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을 잠재성과 창의성 계발로 바꾸기 위한 지역사회 운동을 전국적으로 펴야 한다. 둘째, 학교와 지역사회는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편성 재량권을 최대 40%까지 허용할 것을 요구하여 다양한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현행 교육과정으로는 학교의 입시 학원화를 막을 수 있는 마땅한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현행 교과목별 평가제를 교사별 평가제로 조속히 전환하고 내신의 신뢰도 향상을 위한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교사별 평가제는 교사들의 연구개발 역량을 유도하고 내신의 신뢰도와 대입 전형의 변별력을 높일 수 있는 공교육 정상화와 맞닿아 있다. 10% 미만의 내신 반영률과 농어촌 특별 전형률을 개선하면 명문고 육성은 훨씬 쉬워진다. 마지막으로, 지자체와 지역사회는 학교교육을 지배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교육복지 향상과 인재육성을 위해 협력하는 성실한 조력자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명문대 합격 욕구를 볼모로 학교의 입시 학원화를 정당화하고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개혁에 역행하는 맹목적이고 빗나간 지역교육 살리기 운동이 될 것이다.


박명섭/전남 곡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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