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3.03 20:34 수정 : 2005.03.03 20:34

하늘아래 우리 같은 인연이 있을려구

나는 너를 소란스런 시장통에서 만나지 않았고

현란한 불빛 아래 피부색도 마음만큼이나

가려진 곳에서 만나지 않았다

뭔가를 증명해야 하는 영수증도 우리 사이에는 한번도 오고 간 적 없고

담보 잡고, 고리를 뜯고 바치지 않았으며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살벌한 눈 흘김도 나눈 적 없었다.


또한 우리의 만남이 장차 가져올

부가 가치를 따져 본 적은 더더욱 없다.

다만, 우리 사이에는

서로의 짐을 대신 져 주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안스러움과 생각의 다름뿐

난 세상의 살벌함을 준비시키고 싶어하고

넌 내가 잊고 사는 순수를 돌아보게 했다.

화장기 없이도 빛나는 네 얼굴과

온갖 브랜드 다 올려놔도

자꾸 늘어나는 잡티를 감출 수 없는 나는

이 피부 같은 내 속이 보일까 두려웠다

아무리 봐도 예쁠 수 없는 내게

웃는 모습이 젤로 예쁘다며 꼬드기는 너 때문에

내 남자 앞에서도 안되던

교태 섞인 눈웃음까지 흘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네게 영어 하나 가르치는데

너는 내게 인생을 가르치는구나

그래, 니가 내 스승이다.

박규숙/경기 하남시 동부여중 교사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