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9 20:56
수정 : 2006.10.19 20:56
왜냐면
서울의 고교 특수학급 설치율은 아직도 10%에 불과하다. 29%의 장애학생들이 현장학습 등에서 수업 배제를 경험한다.
장애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아버지다. 장애인교육권 운동 단체인 장애인참교육부모회, 장애인교육권연대에서 부모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우리 단체 회원인 서울지역 장애인 부모들은 자녀들의 교육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33일 동안 천막농성을 했다. 추석 명절에도 농성장에서 차례를 지내야 했다. 다행히 서울시교육청이 우리 단체의 12가지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여 농성을 접는 대신 앞으로 정기적인 ‘특수교육발전협의회’를 하기로 했다.
우리 부모들의 요구는 소박한 것이다. 장애인 자녀들이 교육 기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교육 당국이 예산과 실천계획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교육청은 협의 과정에서 예산 부족과 교원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이며 교육 당국의 책임이지만, 우리 부모들은 좀더 고통을 감내하기로 양보하고 장기적인 실천계획을 약속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작 교육 당국이 장애인 교육권리를 법이 보장하는 권리로 인정하고 제대로 실천할지 의문이다. 서울시교육청 책임자들이 협의 과정에서 교육기본법, 특수교육진흥법을 지키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말할 때마다 절망스러웠다. 우리 부모들은 생명과도 같은 교육권리가 예산에 종속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돈이 없어 아이들의 생명을 포기하라는 말을 받아들일 부모가 어디에 있겠는가?
2004년 서울시 공정택 교육감은 우리 단체가 요구한 10가지를 이행할 것을 약속하고 노력해왔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서울의 고교 특수학급 설치율은 아직도 10%에 불과하다. 교육부와 학부모들이 의욕적으로 만들어낸 특수교육 보조원도 한명이 28명의 학생을 감당해야 할 만큼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내 특수학급의 20%에 이르는 154개 학급의 장애학생들은 반쪽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직업교육, 특수교육 지원이 부실한 가운데 중고교 장애청소년들은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을 맴돌고 있을 뿐이다.
우리 단체가 서울시의회와 함께 조사한 바에 따르면, 29%의 장애학생들이 현장학습 등에서 수업 배제를 경험한다. 서울시내 장애학생 4만여명 중 겨우 1만여명만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장애인 자녀를 두었다는 이유로 버거운 치료교육비 등 추가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자녀들의 교육 미래가 없다는 것은 우리 부모들을 한없이 절망스럽게 만든다. 특수교육진흥법이 장애학생 무상교육, 의무교육을 명시하고 있지만, 교육 당국의 실천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늦게나마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여 장애인교육에 대해 장기계획을 세운 만큼 장애를 가진 우리 자녀들에게도 미래가 있음을 부디 실천으로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서울시 공교육을 책임진 공정택 교육감이 장애인 교육에 대한 정책 의지를 확고히 밝혔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단체와 공동으로 구성하기로 한 ‘특수교육발전협의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서 함께 실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전국 장애인교육권연대는 교육당국이 실천하지 못했던 장애인 교육 지원을 강화하고 장애유아의 교육도 의무화하기 위해 이미 229명의 의원을 통해 ‘장애인교육지원법’을 발의해 놓고 있다.
박인용/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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