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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3 22:17 수정 : 2006.10.23 22:17

왜냐면

〈대추리의 전쟁〉은 생존권과 평화를 지키려는 마을 주민들의 피와 땀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어떻게 평택 이야기를 뺄 수 있단 말인가? 〈대추리의 전쟁〉을 상영하지 않는 조건에서 장소를 사용하라는 것은 영화제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2005년 2월, 경찰은 ‘인권경찰’을 내걸며 인권보호센터를 설치했다. 고인이 된 박종철 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애국 민중들을 잡아다 고문하고 간첩을 만들어냈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인권 탄압의 상징에서 인권보호를 위해 다시 태어날 것처럼 홍보했다. 하지만 그런 경찰의 노력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서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은 오는 10월26일부터 29일까지 ‘백 더하기 백’이라는 제1회 평화영화제를 연다. ‘백 더하기 백’은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백(白)에 평화를 상징하는 백을 더한다는 의미가 있다. 평통사는 지난 8월25일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를 방문해 평화영화제의 취지를 설명하고, 장소 사용 문제를 협의했다. 담당 경찰이 요구한 ‘장소 사용 요청 공문’과 국가기관의 후원이나 추천서도 국가인권위와 영화진흥위에서 받아 제출했다. 9월 초순과 중순, 서너 차례에 걸친 전화통화를 통해 담당 경찰로부터 장소를 쓸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9월22일 통화에서는 장소 사용 허가 공문을 요청하자, 허가 공문은 따로 없으며 담당자가 허가한다고 답을 해주면 끝나는 문제라면서, 집회신고도 불허가 날 때만 공문으로 통보한다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었다. 평통사는 수차례 확인한 터라 영화제 홍보 광고지를 제작했고 회원들에게 발송까지 마쳤다.

그러나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는 추석 연휴 이틀 전인 9월28일에 장소 사용을 불허한다는 공문을 팩스로 보내왔다. 전화를 걸어 항의하니 담당자인 양아무개 경위는 “나는 허가가 났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발뺌을 했다. 임아무개 센터장은 “평택 이야기를 다룬 영상물이 부담스럽고,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해 활동해 온 평통사도 부담스럽다”는 대답을 했다. 또한 경찰청은 서울평통사가 지난 12일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연 항의 기자회견마저 병력을 동원해 방해하는 작태를 보였다.

서울평통사는 평화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대추리의 전쟁〉을 선정했다. 기자회견 전날, 임 센터장은 서울평통사에 전화로 개막작인 〈대추리의 전쟁〉만 뺀다면 장소를 사용해도 좋으니 그렇게 하고 기자회견을 열지 말 것을 요청해 왔다. 노무현 정부와 국방부는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평화롭던 시골 마을, 도두리와 대추리의 평화를 파괴했다. 또한 그들의 인권을 유린했다. 〈대추리의 전쟁〉은 이에 맞서 생존권과 평화를 지키려는 마을 주민들의 피와 땀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2006년 한국의 평화, 인권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평택 이야기를 뺄 수 있단 말인가? 〈대추리의 전쟁〉을 상영하지 않는 조건에서 장소를 사용하라는 것은 영화제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의 정체성이 확인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인권보호센터가 출범한 이후에도 집회 장소에서 경찰의 방패와 곤봉으로 농민과 노동자가 숨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대추리·도두리 마을 어귀에서 삼엄한 불심검문과 통행 제한으로 주민들의 인권 침해를 일삼고 있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는 진정으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려 하기보다 지금껏 쌓여온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경찰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바꿔보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살 만하다. 지금처럼, ‘인권센터’이기보다 ‘경찰’이라는 생각을 먼저 한다면 한국에 ‘인권경찰’은 없을 것이다.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 자체에 충고할 수 있는 그런 경찰청 인권보호센터가 될 날은 언제쯤일까?

박종양 /서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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