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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6 18:52 수정 : 2006.10.26 22:12

왜냐면

이제 ‘평화’는 분쟁지역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고 평화협상을 하는 등의 막연한 이미지를 벗어났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빈곤층을 구체적으로 돕는 일이 바로 ‘평화’가 된 것이다.

올해 노벨평화상은 방글라데시의 빈곤 퇴치 운동가인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와 그라미은행이 받았다. 유누스 박사는 그라민은행을 창설해 빈곤층이 무보증 소액대출을 받아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에 원금 회수가 가능할지 우려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90% 이상의 원금 회수율을 보여 그의 방법이 성공적이었음을 방증했다. 이제 ‘평화’는 분쟁지역에서 활동하거나 구호 활동을 벌이고 평화협상을 하는 등의 막연한 이미지를 벗어났다. 빈곤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빈곤층을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돕는 일이 바로 ‘평화’가 된 것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은 빈곤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지만, 정책 입안자나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유누스 박사가 빈곤층을 위한 맞춤형 은행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빈곤층한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돈을 주고 격려하는 등의 미봉책이어서는 안 된다. 설사 지금 당장은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빈곤에서 탈피하도록 돕는 것이라야 한다. 경제적 지원을 한다면 그 자금을 바탕으로 소규모 사업기반을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지원을 해야 한다. 자금지원뿐 아니라 직업교육을 하거나 창업 도우미가 일정 기간 지도해 주도록 하는 등의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은 부도, 학벌도, 빈곤도 대물림되는 사회다. 열심히 노력해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사실상 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0곳 중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공교육 비중은 17위지만 사교육비 비중은 단연 1위를 차지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자 구조적 모순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경기가 좋아져 실질 국내총생산이 아무리 늘었다고 해도, 서민이 그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면 수치뿐인 명예다. 소득 수준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배율인, 소득 5분위 배율이 5.24에 임박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한, 빈곤퇴치 운동은 효과를 볼 수 없다. 세수의 투명성, 정책의 신뢰성이 보장돼 정직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잘살 수 있는 나라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돼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3%로 제시했다. 성장률은 둔화세에 접어들고 있는 시기다. 경제 연착륙으로 장기적인 안정세를 타야 한다. 소수의 갑부가 나라경제 전체를 이끌어 나간다면 언젠가는 허리가 끊어질 것이다. 매끈하게 보기는 좋지만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모래시계꼴 분포보다, 안정적인 피라미드꼴 소득분포가 경제 안정에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이제 물이 아래로 흘러넘칠 때도 됐다. 그것이 곧 평화다.

이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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