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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02 17:17 수정 : 2006.11.02 17:17

왜냐면

최근 오랜만에 신문과 텔레비전에서 민주노총 집회를 상세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시위에 붙잡힌 서울”, “서울의 도심교통은 지난주말 다시 마비”(조선일보), “도로 점거해야 이슈 된다. 시위 주최측 생각이 문제”, “경찰 수뇌 몸사리기, 시민들만 골탕”(중앙일보) 등 제목이 보여주듯이 집회 주최자와 경찰을 비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심지어 “교통 부담금을 물려야 한다”, “집회는 허용하되 행진은 금지하자”, “서울 주요 도로 시위 금지 검토하자”는 등의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기의 주장을 알리고자 집회를 연다. 주로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각종 사안에 대한 얘기를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도로를 점거하여 이슈로 만들려고 한다”고 비난하기 전에 언론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안들을 심층적으로 보도한다면 굳이 집회까지 열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맞아 죽거나, 분신하지 않는 한 아예 무시하거나 가볍게 다루기 일쑤다. 그에 비례하여 자신의 주장을 직접 시민들에게 알리려는 집회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보수언론이 그토록 교통체증을 우려한다면 절박한 사회문제에 대한 보도를 충실히 하면 된다. 말길이 막힐 때 사람들은 거리로 나가게 된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이 그토록 교통체증을 우려한다면 집회를 해야 할 만큼 절박한 사회문제에 대한 보도를 충실히 하면 된다. 아니 연예인들에게 가지는 애정의 10분의 1만큼만 관심을 기울여도 집회는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만일 우리가 집회하려는 이유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할 것을 전제로 한다면 우리는 예정한 집회를 취초할 수도 있다. 말길이 막힐 때 사람들은 거리로 나가게 된다.

집회를 여는 목적은 도로를 점거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집회를 준비하면서 우리 역시 교통체증을 고민한다. 그러나 최근 서울에서는 집회를 할 만한 공간이 모두 없어져가고 있다. 종묘공원은 나무를 심어 집회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서울역은 각종 설치물로 가득하고, 시청 앞은 잔디광장으로 바꾸었다. 따라서 많은 인원이 모이게 되는 집회를 할 수 있는 곳은 도로밖에 남지 않는다. 이번 집회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아무런 교통체증도 일으키지 않는 시청앞 광장을 요청했다. <중앙일보>가 모범 사례로 뽑은 시청은 ‘이념 성향의 집회’를 이유로 대부분 집회 불허다. 또 행진 거리를 최소화하고자 협의도 했다. 그러나 각종 대응 집회신고, 대사관이 있다는 등의 이유가 붙는다. 서울역에서 시청앞으로 오면 간단할 것을 명동과 신세계~을지로를 거쳐야만 했다.

“교통 체증이 뻔히 예상되는 집회신고를 모두 허가”했다고 경찰을 비난하고, “이슈로 삼기 위해 도로를 점거한다”고 집회 참가자를 헐뜯기 전에 교통체증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이유에 눈감은 채 언론 공세를 강화하여 집회에 대해 이런저런 제약을 더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또다른 충돌을 낳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교통체증으로 어려움을 겪으신 시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이근원/민주노총 공공연맹 조직강화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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