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11월부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장기요양보험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발의한 노인수발보험법 제정안을 비롯해 의원 발의안 및 입법 청원안 등 모두 7개의 법안이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변화이다. 사회연대를 통한 장기요양제도 도입에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누구를 위해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관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장기요양 보장제도는 현행 노인복지서비스 체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무엇보다 이 제도가 제대로 되려면 혼자서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라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고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원칙이 실현되어야 한다. 보험료 부담자와 수급자를 일치시켜 전 국민에게 보편적인 제도가 되어야한다.현재 정부안은 ‘중증’ 등급의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장기요양 보장제도는 보험료 부담자와 수급자를 일치시켜 장기요양이 필요한 전 국민에게 보편적인 제도가 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 법안은 수급자의 범위는 65살 이상 노인과 65살 미만의 노인성질환을 가진 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도가 실시되는 2008년에 8만5천명, 즉 65살 이상 노인의 1.7%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2010년에도 16만6천명, 65살 이상 노인의 3.1%, 즉 ‘중증’ 등급의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게다가 아직 장애인 복지에 대한 충분한 계획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65살 미만의 장애인이 보험료를 납부하고도 어떠한 요양급여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이는 장애인에 대한 제도적 차별이 될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을 포함하도록 법안에 명시하고 장기요양 등급과 급여대상 확대계획을 법안에 명시함으로써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 법안은 이용자의 본인부담률을 현행 건강보험처럼 20%로 정하고 있어 이 제도가 저소득층을 사각지대로 방치한 채 고소득자만을 위한 제도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회보험으로 장기요양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독일은 본인부담이 없고 일본은 10%다. 기초연금으로 노후 소득보장이 시행되고 있는 일본조차 본인부담 10%는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노인들이 많은 우리의 경우 중증 등급 판정을 받더라도 높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본인부담 20%는 서비스 이용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타당하지 않다. 우선, 건강보험에서와 달리 장기요양 서비스는 이용 전에 등급 판정을 하기 때문에 장기요양 욕구를 가진 대상자를 추려낼 수 있으며, 등급별 월이용 한도액이 정해져 있어서 의료 쇼핑과 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 장기요양 보장제도가 경제적 빈곤층을 사각지대로 내모는 제도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이용자 본인부담률은 10% 이내로 낮추는 대신 국가부담률을 높여야 한다. 현재 정부 법안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원법안도 장기요양 재정의 반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제도 도입과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국가 책임의 필요성에 공감한 결과다. 장기요양 보장제도는 조세가 아닌 사회보험제도로 도입하는 것이므로 보험자를 건강보험공단으로 정한 정부안에 동의하나, 시·군·구의 역할과 요양서비스 관리 기능이 미비한 점은 보완하여야 할 것이다. 서비스 제공체계를 재정관리 체계와 분리해, 시·군·구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이용자와 밀착·운영되는 제도가 필요하다. 사회 안전망으로서 전 국민에게 보편적인 장기요양 보장제도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조경애/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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