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06 17:12
수정 : 2006.11.06 17:12
왜냐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 가운데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가축에게 나뭇잎과 풀을 대어 주고, 인간에게는 곡물을 배풀고, 신들을 위해서는 향나무를 기른다. 신화의 기본을 만드는 가이아의 이런 역할이 있기에 이야기는 꽃핀다. 스테이지 쿼터(국내 창작공연물 의무 상연제)는 국내 공연계에 가이아 구실을 할 수 있다.
많은 예술가들과 공연 제작사들은 영세해서 창작에 어려움이 따른다. 최근 대형 영화제작사 씨제이(CJ)엔터테인먼트가 공연계에 진출하면서 그런 영세한 부분을 개선하고 있다. 그 결과 창작자들이 ‘돈이 되는’ 뮤지컬 같은 상업예술로만 눈을 돌리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스테이지 쿼터는 국·공립 극장시설을 이용해서 공연예술 창작자들이 양질의 공연예술을 꽃피우고 나라 안팎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토양 구실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이 발언한 것처럼 ‘스테이지 쿼터’가 국·공립 극장을 중심으로 행해진다면 많은 예술인들이 창작 및 기초예술에서 국가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국·공립 극장들이 다양한 국내 창작자를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들이 관객과 빈번하게 만날 수 있도록 힘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발표했듯이 곧 장충체육관은 복합공연장으로, 남산테니스장은 공연예술연습장으로 탈바꿈한다. 스테이지 쿼터는 이렇게 늘어나는 국·공립 극장시설을 이용해서 공연예술 창작자들이 양질의 공연예술을 꽃피우고 나라 안팎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토양 구실을 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스테이지 쿼터가 공연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의견도 낸다. 정부가 지금 당장 외국 유명작품의 라이센스 공연을 제한하면 시장 자체가 죽는다는 것이다. 연극이나 무용과 비교했을 때 창작물 수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뮤지컬과 음악 등은 기존 극장에서 배려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라이센스 공연을 통해 국내 공연 제작진의 수준이 향상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예술창작도 기본이 튼튼해야 뮤지컬이든 오페라든 잘 만들 수 있다. 뮤지컬업계는 정부에 뮤지컬 전용극장을 설립하는 것이 스테이지 쿼터보다 더 낫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것은 꽃밭도 가꾸지 않고서 꽃집 차리자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국내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는 국내외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 뮤지컬 제작에 전적으로 제작사 홀로 매달려 성공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때 스테이지 쿼터가 있었더라면 예술인들이 안정적인 제작 환경에서 창작에 더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스테이지 쿼터는 예술가들의 공연창작 활동이 ‘돈이 되든, 안 되든’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게 하는 단단한 주줏돌이 될 것이다.
송병기/서울시립 하자센터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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