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09 17:15
수정 : 2006.11.09 17:15
왜냐면
구호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구호자보호법은 일반인이 적극적으로 응급구호 활동에 나서게 함으로써 각종 사고나 급성질환으로 위험에 처한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도울 수 있는 제도와 여건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매우 바람직하다. 이 법은 외국의 ‘선한 사마리아인법’과 궤를 같이한다. 즉 전문적인 응급조처를 할 수 있는 국가기관 및 전문가(119 구급대, 의료인, 구급대원 등)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응급 현장에서 일반인이 선의로 구호행위를 한 경우 이 구호자를 보호하자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번에 발의된 구호자보호법안이 이런 목적을 살리려면 몇가지 사항이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이 법안은 ‘선한 의도를 가지고 의료법 제3조의 규정에 따른 의료기관 밖에서 요구호자를 구호하는 모든 자에게 적용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일반인뿐 아니라 구호 행위가 직업인 119 구급대원, 응급구조사, 소방대원, 보건교사와 의료법에서 정한 의료인도 포함하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119 구급대원과 의료인은 자격증 범위 안에서 적절한 처치를 하고 충분한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전문인이자, 이에 따른 보수를 받는 직업인이다. 이들이 직업상 행하는 응급구호 행위에 대해서까지 구호자보호법을 적용한다는 것은 원래 취지와 어긋난다. 법 적용 범위에 소방공무원이나 의사 등을 포함시키려면 ‘통상 근무 중이 아닌 자’란 조건을 달아야 한다. 외국의 경우에도 직업으로서 구호행위의 의무가 있는 자의 업무상 과실까지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예를 찾아볼 수 없다.
응급 현장에서 국가기관 및 전문가가 도착하기 전까지 일반인이 선의로 구호행위를 한 경우 이 구호자를 보호하자는 데 초점이 있다
둘째, 구호자보호법안은 선의의 구호활동 과정에서 구호받은 사람이 사상한 경우 구호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하고, 민사상 배상 책임을 면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선의의 일반인이 행한 구호활동에 한정하는 것이 옳다. 소방공무원이나 구급대원이 직업상 행한 구호행위에 대하여 일반인의 면책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들은 전문가로서 교육을 받고 국가 자격증을 부여받아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며, 당연히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다시 말해 직업적 구호 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면책 규정을 둔다면 자칫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셋째, 이 법안에서 소방방재청장은 구호기금을 설치하고 관리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각종 재난과 재해 응급 상황에 대한 구호기금을 운영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는 그 목적과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응급 현장에서 소방공무원이 열악한 환경 아래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이 구호 및 구급 행위를 놓고 각종 법률적인 소송 위험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해결 방안은 구호자보호법이 아닌 다른 방법이어야 한다. 즉 일반인의 선의의 구호활동을 활성화하려면 응급의료 관련법의 개정이 필요하며, 소방공무원의 고충과 민원을 해결하려면 소방 관련법 및 지침의 개정 등을 통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회는 구호자보호법안의 원래 취지를 잘 살펴 응급구호에 관한 국가 책임을 약화하거나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정규/(사)선한사마리아인운동본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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