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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13 17:39 수정 : 2006.11.14 15:07

왜냐면

최협 교수가 쓴 <부시맨과 레비 스트로스>란 인류학에 관한 책 속에 “석기시대 원주민에게 쇠도끼를 주다”라는 대목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서해안 콜만강 어구에 일요론트라는 부족이 살고 있는데 그 부족은 20세기 초까지 외부와 접촉 없이 고유문화를 지켜왔다고 한다. 그런데 1915년 일요론트 거주지역에 기독교 선교활동의 캠프가 마련되면서 서구 문명과 접촉이 시작되었다. 서구문명과의 접촉은 돌도끼를 사용하던 일요론트 부족에게 쇠도끼가 주어진 것이다. 그때까지 그 사회는 돌도끼를 생산한 성인 남성에 의해 지배되었다. 그런데 쇠도끼는 여성들과 아이들을 통해 주어졌다. 쇠도끼는 돌도끼보다 우수한 노동수단이 되어 더 질 좋고 값싼 물건을 만들어 급기야 새로운 생산력으로 작용함으로써 돌도끼 시대의 정치·사회제도를 바꾸어 버렸다.

여기서 화제를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가져가 보자. 이 협정은 수많은 상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농산물 쪽으로 한정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미국은 세계 최강의 농업국이다. 경지면적은 세계 제1위로 우리나라의 95배이고, 곡물 생산량은 세계 제2위로 우리나라의 55배다. 농산물의 생산·유통·제조 과정에 첨단 과학기술과 초국적 자본이 동원되고 있다. 이에 더해, 농업·농촌을 위한 이중 삼중의 정부지원 정책이 뒤따르고 있다. 최근 5년간 집행한 직접지불금은 농업소득의 약 30%에 이르고 쌀보조금은 쌀 소득의 70%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유사한 직접지불금 제도와 쌀보조금 제도가 있으나 그 실적은 미미하다. 농업소득을 위한 직접지불금은 연간 농업소득 총액의 4.6%고, 쌀보조금은 12.4%에 불과하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한국과 미국이 같은 정책을 편다 하더라도 그 정책 효과는 생산양식 층위 차이 때문에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한-미 농업관계를 일요론트 사회의 돌도끼와 쇠도끼 이야기로 비유해 보자. 오늘날 미국의 농업에는 쇠도끼라는 노동용구 외에 생산수단으로서 넓은 토지와 그 위에 각종 지원정책이 총동원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농업을 아무 보호막 없이 노출시켜 놓고 미국 농산물과 경쟁한다는 것은 돌도끼 사회와 쇠도끼 사회의 경쟁을 보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자유무역협정 찬성론자들은 일부 경쟁력 있는 상품과 농산물 부문을 합쳐 계산함으로써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낙관한다. 그러나 국내총생산 성장 수치는 빈부 양극화 현상 속에서도 성장하는 산술평균의 이데올로기란 점이다. 이 신화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농업·농촌의 문제는 다른 산업분야와 달리 고유한 사회·경제적 논리를 지니고 있다. 농업·농촌문제의 해결 없이는 선진사회로 갈 수 없다는 것이 관련 연구의 결론이다. 더이상 농업·농촌이 자본축적 수단으로 분해되어서도 안되고, 중층구조의 하층이 되어서도 안된다.

레비 스트로스는 돌도끼 사회의 해체를 까닭없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쇠도끼 사회의 제국의 논리를 경계하는 것이다. 농업·농촌에 대한 대안은 쇠도끼 사회의 지배논리 외에도 무수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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