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16 17:47
수정 : 2006.11.17 01:16
지난 7월 우리 가족은 부산시립 부전도서관에서 ‘책 읽는 가족 인증서’를 받았다. 지역 공공도서관을 활발하게 이용하여 한국도서관협회와 부전도서관이 선정하는 2006년 상반기 책 읽는 가족으로 선정된 것이다. 도서관 근처로 이사를 오면서부터 가족회원으로 가입하여 한번 빌릴 때마다 15권이라는 많은 책을 한꺼번에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그 덕분에 이런 영예까지 누리게 되었다.
아이들 손에 책을 들려주고, 읽어주기도 하고,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이런 도서관이 동네마다 하나씩 있었으면 참 좋겠다. 저학년일수록 독서 습관이 중요하다. 독서량이 많은 학생은 자연히 어떤 글을 읽어도 빠르고 정확하게 논지를 파악할 수 있고, 좋은 글을 많이 읽은 학생일수록 당연히 좋은 글을 쓰게 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독서는 국어나 논술과 직결되며 배경지식이 풍부해지기 때문에 다양한 교과목의 공부에 중요한 지적 밑거름이 된다. 그래서 책읽기 운동만큼은 과시적이고 현시적이며 일시적인 성과를 내는 일에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계속 홍보 및 캠페인 활동을 적극 활용하여 독후감 쓰기와 헌책 교환행사 등의 활동이 좀더 활발하게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 도서관 문화를 확산시키고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서관 맛을 제대로 보게 하려면 도서관 개관 시간을 연장하는 게 필요하다. 밤 10시에 폐관한다면 취업준비생, 실직자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예산 및 행정 지원을 체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자원봉사와 유대가 잘 조직되었으면 좋겠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도서관은 지역주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학교’라고 할 수 있다. 학교와는 달리 도서관은 찾아오는 사람들을 평가하지 않는다. 지식의 많고 적음, 신분의 높고 낮음, 재산의 많고 적음, 생각의 차이 등을 따지지 않는다. 사서가 무엇을 어떤 순서로 읽어라 말하지 않고, 또 사람들의 독서에 점수를 매기지도 않는다. 이용자 각자가 존중받고 정서적, 지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관이 바로 도서관이다. 이런 도서관을 좀더 활발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의 시각, 관리자가 아니라 이용자의 시각에서 도서관 확충 문제나 운영, 인력 문제, 서비스 질의 문제 등을 바라보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시민들이 자신의 지식을 넓히고 교양을 쌓으며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도서관 서비스의 내용과 질이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할 것이다.
이용자 각자가 존중받고 정서적, 지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관이 바로 도서관이다. 동네마다 도서관이 생긴다면 평생교육시대에 전문지식을 원하는 시민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으리라고 본다.
많은 도서관이 여전히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곳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수년 전부터 국립중앙도서관은 주제별 전문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열람실을 모두 없애고 주제자료실로 전환하고 전문지식을 가진 사서를 양성하거나 채용하는 방안도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독서실’ 패러다임을 ‘도서관’ 패러다임으로 서서히 바꾸어 나가자는 취지라고 할 수 있다. 지역에서도 다양하고 전문화된 도서관 서비스를 위해 법률 도서관, 논문 관련 도서관, 교육 관련 도서관, 어린이 도서관, 노인 도서관, 아줌마 도서관 등 전문도서관들이 있으면 좋겠다. 동네마다 특색 있는 도서관이 생긴다면 평생교육시대에 전문지식을 원하는 시민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으리라고 본다. 또한 장서확충에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도서관 후원회 등 시민과의 연계운동을 전개하여 기금모금, 자원봉사, 홍보 및 로비활동 등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각 가정에서 도서들을 적극 기증받는 것도 필요하겠다.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 북스타트 운동, 한책 한도시 운동이 전개되고 있을 만큼, 독서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치는 활동이다. 특히 적절한 시기에 만난 한 권의 책이야말로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독서는 문제를 해결하고, 정보를 저장하고, 지식을 전달하며, 세상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생각하고 상상하고 관찰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기초를 제공하며, 우리를 변화시키고 개선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도서관 터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남녀노소가 편하게 걸어서 방문할 수 있을 정도로 시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이어야 한다. 동네마다 집 근처에 학교가 있는데, 굳이 도서관을 새로 만들기보다는 학교 도서관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민들의 운동과 휴식공간으로 학교 운동장을 개방한 것처럼, 이제는 우리 집 주변의 잠자고 있는 학교 도서관들을 깨워야 하지 않을까?
정은정 /부산 부산진구 전포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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