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16 17:50
수정 : 2006.11.16 19:54
왜냐면
덤프트럭을 비롯한 대부분의 건설기계는 한달 평균 15일밖에 일을 할 수가 없다. 덤프트럭의 평균 가동률은 50%대에 머물고 있다. 운행비의 60%를 차지하는 기름값이 지난 10년새 4배 정도 올랐는데, 운반단가는 오히려 하락하거나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비는 해마다 늘고 있다. 건설업자들은 이런 상황을 교묘히 이용하여 덤핑을 강요하고 운반단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기름값 고공행진에 물가인상과 교육비 등 생활비 지출은 늘어만 가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생존을 유지하려면 운반비 인상은 필수적이지만 현행법대로 하면 엄연한 불법이다. 사업자들이 모여 집단적으로 운반단가 인상 등을 요구하면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레미콘, 덤프, 골프장 도우미, 학습지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자본의 일방적인 횡포에 맞서 합법적인 노동조합을 만들고 몇 년째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들이 단순히 사업자등록증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노동3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정부는 특수고용직 노동자 문제를 노사정위원회 틀에서 해결하겠다며, 지난 수년간 시간만 끌다가 노동3권 인정은 고사하고 경제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법질서 준수를 외치는 정부가 왜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법은 지키지 않는가? 과적을 관리하지 않은 건설업자가 처벌되어야 함에도, 힘없는 운전자만 처벌받고 있다.
과연 개인이 거대자본에 맞서 대화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지금도 거대자본의 일방적인 횡포에 무차별적으로 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개별 계약서 몇 글자 고친다고 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조정절차를 거친 합법적인 파업마저도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불법이라며 수십억원의 손배, 가압류가 판을 치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커져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과적 관련 도로법이 개정되었다. 현장에서 철저하게 과적관리를 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건설업자가 처벌받게 되어 있다. 덤프노동자들은 그동안 과적을 강요당했다. 과적을 하면 기름 소모량 증가, 차량 유지관리비 증가, 수백만원의 벌금 등 일방적인 불이익을 당한다. 하지만 과적에 항의하면 현장에서 쫓겨나기 십상이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불이익을 당하면서 과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과적으로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하는 건설업자는 처벌받지 않고, 애꿎은 운전자만 처벌받다 보니 과적 문제의 악순환만 되풀이되었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을 때마다 ‘법질서 준수’를 외친다. 노동자들이 사소한 실수라도 하면 항상 사법처리가 수반되어 구속·벌금 등 온갖 불이익을 감수해왔다. 법질서 준수를 외치는 정부가 왜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법은 지키지 않는가? 과적을 관리하지 않은 건설업자가 처벌되어야 함에도, 여전히 힘없는 운전자만 처벌받고 있다. 정부는 법을 어기면서도 제도 정착의 어려움만 토로하면 무사통과이고, 힘없는 노동자가 법을 어기면 차디찬 감옥으로 가야 하는 현실이 과연 사회정의인가? 가진 자들에게 몇백만원의 벌금은 푼돈일 수 있지만, 3명 중 1명이 신용불량자인 덤프노동자들에게 몇백만원은 중대한 생존권의 문제다.
도로법이 개정된 지 1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덤프노동자들이 감수해온, 지금도 강요되는 일방적인 피해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이제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다. 정부는 건설운송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오희택/건설운송노조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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