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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0 21:02 수정 : 2006.11.20 23:47

왜냐면

텔레비전은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회의 공기(公器)다. 그러나 방송3사의 오락프로그램을 보면 그런 책무와는 거리가 먼 행태가 많다. 현란한 조명과 반라 차림 무용수들의 선정적인 율동 따위도 문제지만, 여기서는 시청자는 안중에 없는 사회자의 말을 지적하고자 한다.

<한국방송>의 ‘뮤직뱅크’, <문화방송>의 ‘가요베스트’, <서울방송>의 ‘인기가요’는 매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5시 사이에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이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들의 사회자들은 마치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높임법상의 오류를 범하면서 결과적으로 시청자를 무시하고 있다.

예컨대 “대형 가수들이 많이 돌아오신다면요” “○○○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대단히 수고하셨습니다”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가수들을 극존칭으로 존대해 수많은 방청객 또는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이는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아버지께서 안 계십니다’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잘못된 표현이다. 특히 임자자리 토씨(주격조사)인 ‘가’와 ‘이’의 높임말인 ‘께서’는 특별한 예의를 갖출 때만 쓰는 말이다. 아무리 공인이라지만 가수를, 그것도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하는 말에서 그렇게 높일 까닭이 없다. <한국방송>의 ‘전국노래자랑’을 수십년간 진행해온 사회자조차 심사위원을 소개할 때 “○○○님이 나오셨습니다”라고 말한다. 오랜 세월 그리 진행하다 보니 시청자들은 오히려 그것이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극존칭 어간을 쓰거나 ‘님’자를 붙인다고 해서 무조건 높임이 되는 건 아니다. 우리 국어의 높임법은 듣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정해진다. 앵커들이 뉴스를 진행하면서 ‘대통령님’이라고 하지 않는 걸 보면 얼른 알 수 있는데도, 무조건 높여 부르는 것을 잘하는 걸로 알고 있으니 답답하다.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 이가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텔레비전 프로의 사회자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평생을 우리말글 살리기 교육운동을 해온 이오덕 선생은 “방송말이 온 국민의 말을 이끌어간다. 에누리 없이 방송인들은 우리 겨레말을 가르치는 스승이 되어 있다”고까지 말했다. 언제까지 시청자는 안중에 없는 방송진행자들의 말을 들으며 불쾌한 기분으로 텔레비전을 봐야 하는가? 방송사는 인기에 영합하는 사회자 선정을 자제하고, 오락프로그램 진행자들의 소양교육에도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길 바란다.

장세진/전주공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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