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교육부의 ‘2007학년도 교원 정원 가배정’ 계획으로 교육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교육부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전국 시·도 16곳에 전국 초·중·고교의 교원 수를, 전국 평균 교원정원 확보율(81.5%)을 기준으로 초과 교원 1745명을 감축·조정하라는 공문을 각급 학교에 보냈다. 그런데 이 계획은 도시는 물론 특히 농산어촌의 학교교육을 포기하겠다는 정책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또다른 갈등과 불신의 씨앗을 낳고 있다.교육부는 이번 감축 계획이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를 고려하고 16개 시도별 교육 여건의 편차를 완화하고자 함이라고 밝혔지만, 오히려 지역별 교육 여건 편차를 무시하고 교육 현실에 둔감한 교육관료들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초과 교원이 완전 해소될 때까지 명예퇴직을 적극 권장하고, 신규 채용을 억제하며, 적극적으로 다른 시·도로 전출하도록 구체적 지침까지 밝힘으로써 학교 현장의 정책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책은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추진될 때, 정책의 정당성과 현실 적합성을 얻을 수 있고, 정책 추진에 따른 갈등도 극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지역별 교육 여건과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전국 평균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을 강요하고 있다. 물론 여론수렴 과정도 없었다.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획일화를 강요하고 대화와 토론을 번거로운 장애물로 여긴다. 교육부의 정책 추진이 바로 그렇다.
농산어촌 교육의 불신은 한 교사가 비전공 과목까지 가르치는 상치교사 강의로 말미암은 수업의 질 저하, 낮은 교육재정 투자에 따른 열악한 교육 여건, 도농 및 계층 사이 교육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입시제도 등 교육내적 조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감축 계획대로라면 농산어촌 학교의 소규모화와 교육 소외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고, 상치교사와 겸임 순회교사의 양산으로 수업의 질 저하마저 우려된다. 교육부는 초과 교원 감축에 따른 충격과 피해를 줄이고자 타교과 지원을 최소화하고 복수·부전공 교사와 겸임 순회교사를 최대한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역별 교육 여건과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전국 평균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을 강요하고 있다. 감축 계획대로라면 농산어촌 학교의 소규모화와 교육 소외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고, 상치교사와 겸임 순회교사의 양산으로 수업의 질 저하마저 우려된다.
곧, 초과 교원 감축으로 교육과정 운영이 불가피할 경우 영어 부전공 자격증을 가진 국어교사가 영어 수업을, 윤리 부전공 자격증을 가진 역사교사가 윤리 수업을 과목별 총 수업시수를 고려하여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겸임 순회교사는 도시와는 다르게 거리가 먼 두 학교의 초중고교를 넘나드는 장거리 핑퐁수업을 해야 하므로 학생지도의 형식화와 부실화마저 불가피하다.
정부는 그동안 계층 및 도농간 교육 양극화와 교육 불평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1군 1우수 고교를 집중 육성하고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여 열악한 농산어촌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현실 적합성이 없고 모순적인 탁상정책의 남발로 농산어촌 교육의 소외와 부실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낮추어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커녕 농산어촌 학부모의 교육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제한하며, 도-농 교육격차와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교육부의 감축 정책은 교사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농산어촌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감축 정책 철회를 위한 범국민적 저항운동을 펼쳐가야 한다. 농산어촌 교육의 부실화와 교육 불평등을 강요하며 탈농 현상을 부추기는 교육정책이기 때문이다.
박명섭/전남 곡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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