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1.30 17:30 수정 : 2006.11.30 17:30

왜냐면

교사에게 평가는 학생들이 학습 목표에 얼마나 도달하였는지를 알아보는 행위다. 이를 통해 교사는 학생들의 현재 수준을 가늠하여 다음 학습의 지표로 삼기도 하고, 지금까지 학습 과정이 적절하였는지 반성하기도 한다. 따라서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학습 내용을 얼마나 내면화하였는지 확인하는 것이며, 교사와 학생 사이에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졌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평가는 교실 수업의 완성 단계로 분류되고, ‘평가권’은 교사의 고유한 권한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남원 용성중의 최병우 교사는 이러한 평가의 원칙과 목적을 잘 알고 있는 도덕 교사이다. 최 교사는 도덕 교과서에 실려 있는 내용 지식을 전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덕적 판단력과 실천력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왜냐하면 도덕 교과의 목표는 도덕성 함양과 도덕적 실천력 향상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최 교사는 내용 지식의 습득 여부를 평가하는 지필평가를 학기당 1회 실시하여 30%를 성적에 반영하고 나머지 70%는 수행평가로 채우기로 계획하였다. 수행평가는 학습자가 주체적으로 학습내용을 구현해 가는 과정을 평가하는 것으로, 학생들의 성취 수준을 일방적으로 진단하는 지필평가를 보완할 수 있는 유용한 평가 방법으로 확인되어 오래전부터 교육현장에서 강조되어 왔다. 최 교사는 학습 내용을 ‘자아’, ‘민주주의’, ‘차별’이란 주제로 재구성하고 주제학습 과정에 토론, 연극, 노래, 춤 같은 학생활동을 10회 배치하였다. 한 학기에 수행평가를 열차례나 하는 일은 교사에게는 무척이나 수고스러운 과정이다. 그렇지만 최 교사는 학습과정을 평가하는 수행평가 방법이 도덕 교과에 적합하다는 확신 아래 학생들을 이끌었고 학생들도 잘 따라 주었다고 한다.

학교장은 수행평가 비율과 지필평가 횟수를 문제 삼아 성적표에 교과 성적을 일부러 누락시켜 발송하였으며, 심지어 성적을 변환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를 둘러싼 시비가 평가의 주체인 교사나 학생을 벗어나 교실 바깥에서 불거졌다. 학교장은 수행평가 비율과 지필평가 횟수를 문제 삼으며 최 교사에게 수정할 것을 지시하였다. 최 교사가 거부 의사를 밝히자 학교장은 최 교사에게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다른 학교로 가야 한다’는 의미의 경고를 보냈으며, 성적관리위원회를 내세워 최 교사의 의견을 무시한 상태에서 수행평가 비율을 강제로 조정하고 지필평가를 학기당 두차례 하도록 못박았다. 그리고 도덕 교과에서 지필평가를 한차례밖에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1학기 성적표에 도덕 교과 성적을 일부러 누락시켜 발송하였으며, 심지어 최 교사가 입력한 1학기 도덕 교과 성적을 변환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나아가 학교장은 최 교사가 학사 운영에 차질을 초래한다며 교육청에 징계를 의뢰한 상태다.

평가는 수업과 함께 교사의 고유한 권리다. 그리고 학교장은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지원해야 할 교육 행정가다. 그런데 최 교사는 학교장에 의해 평가권을 훼손당하고 나아가 수업권 자체까지 침해받고 있다.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더 이상 교사의 평가권이 짓밟혀서는 안 된다.

강화정/남원 용성중 도덕교과 평가문제 대책위원회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