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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30 17:33 수정 : 2006.11.30 18:41

왜냐면

농림부의 농협 신-경 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에 대한 농협의 입장 정리 유보 시한이 임박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국정감사에서도 신경 분리 논의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과,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신경 분리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농협의 신경 분리가 과연 농민에게 이익이 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없다는 것이다.

논의의 양극단에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두 그룹이 존재한다. 한쪽은 신경 분리를 통해 경쟁력이 없는 농업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을 끊고 경쟁체제에 근거한 자본주의적 농업경영을 강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신용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지도와 경제사업에 지원하는 것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한다. 이 주장은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농업과 농협을 편입시켜야 한다는 개방론자와 극단적 자본주의자들의 생각으로, 시류와 함께 힘을 얻어가고 있다.

다른 쪽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어설프게 묶여 있어 농협이 경제사업 활성화를 통해 살길을 찾지 않고 손쉬운 신용사업으로 직원들만 살찌우는 농협의 구조를 완강하게 고수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강제적인 신경 분리를 통해 경제사업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논의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을 전후하여 농업의 적극적인 대안 모색의 일환으로 농협개혁의 문제가 대두한 이래 진보적 농업 진영의 화두가 되어 왔다.

그러나 문제는 신경 분리가 아니라 경제사업 활성화다. 신경 분리 논의가 시작된 이후 10여년 동안 농업과 농협이 처한 여건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이런 변화가 농협의 신경 분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하게 판단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농민에게 매우 불리한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

농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자본 회전율이 연 1회에 그치는 수익률이 낮은 산업이다. 따라서 맨몸으로 경쟁을 한다면 타 산업에 판판이 깨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농업이 가지는 안보상의 위상과 비교역적 가치는 자본주의적 경쟁력이 약한 농업에 대해 국가와 도시지역에서의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가 된다. 이 중 도시지역에서의 지원의 중요한 매개고리가 농협이다. 신용과 경제사업의 분리는 자칫 이 고리를 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농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 내의 농촌에 대한 지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시작된 농업개방의 흐름은 농업을 둘러싼 보호벽을 거의 다 무너뜨리고 이제는 맨몸을 드러낼 것을 강요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완전 개방을 요구하는 국제 금융자본은 한국의 농업 개방뿐만 아니라 농협의 구조조정을 거래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대의 점포망이 있으며 외국 자본이 섞이지 않은 국내 유일의 금융기관인 농협은 저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투자대상일 수밖에 없다.

만일 농협의 신경 분리 결과 농협이 금융기구와 경제사업단위로 분리된다면 분리된 금융기구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외국 자본을 유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농업자본의 국외 유출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최근 농협중앙회가 증권과 부동산, 보험업무를 포괄하는 종합금융회사를 표방하고 준비기간을 거쳐 실행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신경 분리는 외국자본의 요구일 뿐만 아니라 중앙회 내 금융부문의 요구이기도 하다.

따라서 신경분리에 대한 논의는 명분과 원칙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중앙회의 올해 수매자금 지원액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5천억원으로 줄었다고 한다. 신경 분리와 관련한 논의에서 분리만 강조되고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더 강력한 지원 요구가 없다면 내년에는 수매자금 지원액이 또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고 그렇게 점점 우리가 전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의 신경 분리가 현실화되어 갈 것이다.


다시 한번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자.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려고 추진된 농협의 신경 분리가 그 목적과는 정반대로 농협을 일개 금융기관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유재흠/전 전농 전북도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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