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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7 17:57 수정 : 2006.12.07 17:57

왜냐면

최근 수도권 부동산값이 급등한 원인을 놓고 갖가지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그중에는 사리에 맞는 주장이 많지만 일부 부정확한 추리에 바탕을 둔 잘못된 주장도 없지 않다. 시중에 풀려 있는 풍부한 유동자금, 부동산 불패 신화,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신 등은 여러 정황상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주장이다. 반면에 현 정부 정책이 자주 변경돼서 부동산값이 올랐다는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정책이 여러 번 발표되긴 했지만, 매번 종래의 정책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정책 강화가 부동산값을 오르게 했다는 주장은 근본적으로 사리에 어긋난다.

사리에 어긋나는 주장이 또 한 가지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혁신도시·기업도시 건설 등으로 지방에 풀린 보상비가 수도권으로 밀려들어오면서 집값 폭등을 초래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공공사업으로 인한 토지보상비가 매년 누증되고 있는 현실과 이 보상비가 결국은 매력 있는 수도권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것이라는 가정이 결합해서 그런 주장이 나온 듯하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사실이 되려면 최소한 두 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지방에서 풀린 보상비가 수도권 부동산시장으로 대량 유입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둘째, 이렇게 유입된 보상비 총액이 수도권 부동산시장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큰 규모여야 한다.

올해 수도권 부동산거래 총액은 330조원으로 추산된다. 한편, 공공사업에 따르는 토지보상비는 20조원, 이 중 지방에서 풀리는 액수는 약 8조원으로 예상된다. 결국 지방에서 풀리는 보상비의 6%가 전부 수도권으로 유입됐다고 해도 그 액수는 5천억원 정도다. 수도권 부동산거래 총액의 0.15%…

지방에서 풀린 보상비가 수도권에 얼마나 유입됐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자료가 없다. 다만 몇 가지 단편적 자료에 의해 개략적인 정황을 유추해볼 수 있을 뿐이다. 한 자료를 보면 2005년 1월1일 이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에서 토지보상금을 받은 수도권 바깥 지방주민 중에서 수도권 주택을 매입한 사람은 209명에 불과했다. 금년 초부터 보상이 시작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경우 충청권 바깥의 부동산 구입에 사용된 자금은 전체의 6% 정도로 추정된다. 또 하나, 올해 수도권에서 거래된 주택 중 지방 사람이 매입한 주택은 6.3%다. 이런 것들은 비록 단편적인 자료모음에 불과하긴 하지만 지방에서 풀린 보상비가 대거 수도권으로 유입됐을 것이라는 가정이 매우 잘못됐음을 밝히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위에서 본 대로 지방에서 풀린 보상비가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비율은 최대 6%에 불과하니 이것이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없음은 자명하다. 수치로 따져보자면 올해 수도권 부동산거래 총액은 약 330조원으로 추산된다. 한편, 공공사업에 따르는 토지보상비는 20조원, 이 중 지방에서 풀리는 액수는 약 8조원으로 예상된다. 결국 지방에서 풀리는 보상비의 6%가 전부 수도권으로 유입됐다고 해도 그 액수는 5천억원 정도다. 이것은 수도권 부동산거래 총액의 0.15%에 불과하니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주기에는 너무나 적은 액수다.

국가 균형발전 정책, 특히 행정중심복합도시·혁신도시·기업도시 보상비가 수도권 집값을 부채질했다는 주장은 출발부터 잘못됐다. 혁신도시·기업도시는 보상이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까닭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보상이 거의 마무리됐지만 앞에서 살펴본 대로 액수가 너무 적어 수도권 집값 상승과는 거의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행정·혁신·기업도시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이들 도시 건설은 수도권 집값 상승과는 정반대로 중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과 같이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보상비가 비록 적다고 할지라도 집값 영향에 대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예정된 혁신도시·기업도시의 보상비가 단기적으로나마 유동성을 증가시켜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이런 맥락에서 토지보상금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보상금이 해당 지역에 재투자돼 지역사회 전체가 개발편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보상할 때 금전보상보다는 채권보상, 현물보상을 활성화하는 방안, 또는 토지매수 방식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보상과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유동자금이 실물 부문으로 흐를 수 있도록 하거나,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최병선 /국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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