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11 17:37
수정 : 2006.12.11 17:37
왜냐면
지난 8일 이 지면에서 ‘사교육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읽었다. 사교육을 없애자는 주장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현실 교육의 여건이 그렇게 쉽게 사교육을 폐기해도 좋을 만큼 탄탄하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현행 교육제도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글쓴이처럼 모든 학원을 끊고 대안학교에서 열심히 자연과 뛰어놀도록 아이들을 배려한 점은 정말로 본받을 만하다. 하지만 대안학교에 갈 수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상당수 대안학교는 부모의 자본력이 탄탄해야 선택할 수 있어 오히려 가난한 아이들이 들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사교육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교육을 통해서도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지 좋은 대안을 찾아서 이롭게 활용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처사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보자. 글쓴이처럼 그렇게 아이들을 놀리면서 교육하고자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자면 나름대로 교육철학이 뚜렷해야 하며 수시로 변하는 교육정책에도 초연해야 할 것이다. 그런 뜻에서 볼 때 무조건 사교육을 없애야 한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교육을 무조건 비난할 것이 아니라 사교육의 순기능을 찾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방안이 아닐까? 당장, 공교육이 한 달에 두 번 쉬는 토요일을 사교육이 대신 메우고 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만약에 공교육이 발빠르게 현실의 변화에 대응을 했더라면 오늘날처럼 이렇게 거대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사교육을 없애자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지금으로선 없어질 것 같지도 않다.
내가 사교육을 통하여 밥벌이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교육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글쓴이의 말처럼 살맛 나는 마을을 만들고, 신명나는 세상을 만든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마치 사교육 때문에 아이들이 불행하고 사교육 때문에 사회가 이렇게 혼란스럽게 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더구나 미래 사회는 ‘지식경쟁 시대’가 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사실이다. 자원도 부족하고 지리적 공간마저 부족한 우리 자녀들에게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아직도 공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강대국과 겨루어서 이길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두뇌이다. 그래서 공부가 중요한 것 아닌가? 글쓴이는 마치 공부란 개인의 성공과 명예만을 추구하기 위해서 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이는 지나친 감정의 산물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출세하고 명예를 얻는 것이 무엇이 나쁜가. 다만 그런 지위를 악용하여 개인의 영달을 꿈꾸는 것이 나쁜 것 아니겠는가?
어떤 제도이든 장단점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사교육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교육을 통해서도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지 좋은 대안을 찾아서 이롭게 활용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처사일 것이다. 교육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을 새기면서, 모두가 지혜를 모아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홍석주/전남 광양 창덕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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