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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14 17:39 수정 : 2006.12.14 17:39

왜냐면

세계야구클래식(WBC)이 지난 3월 미국에서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을 두 번이나 연파하고 야구 종주국인 미국과의 경기에서도 승리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띄었다. 야구경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선수들의 이름 로마자 표기였다. 이종범은 ‘Jong B. Lee’로, 이승엽은 ‘Seung Y. Lee’로 적어 텔레비전에 내보내고 있었다.

성명이 세 글자일 경우 이름은 반드시 붙여서 표기해야 한다. ‘이종범’은 ‘Lee Jongbum’과 같이 한다면 없던 중간이름이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서양인들은 성씨 외에 중간이름까지 둘인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은 대부분 두 글자이며, ‘Jong(종) Bum(범) Lee(이)’와 같이 각각의 음가에 해당하는 영문표기를 한다. 그런데 방송사는 ‘Jong Bum Lee’라는 긴 이름을 화면에 싣기가 어려웠던지 ‘Bum’을 중간이름으로 판단하고 ‘B’로 줄여버렸다. 한순간에 이종범 선수는 이름이 ‘종’이요, 성은 ‘이’가 되어버렸다.

국제화 시대인 만큼 우리도 자기 성명의 로마자 표기는 필수적이다. 게다가 성명의 로마자 표기는 마치 자신의 서명처럼 한번 만들면 좀처럼 변경하기 곤란하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자기 이름을 잘못 부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성명이 세 글자일 경우 이름은 반드시 붙여서 표기해야 한다. ‘이종범’은 ‘Lee Jongbum’, ‘이승엽’은 ‘Lee Seungyeop’과 같이 한다면 없던 중간이름이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성-이름’ 차례지만 서양 쪽은 그 반대여서 오해할 수 있으므로 ‘Lee, Jongbum’과 같이 이름과 성 사이에 쉼표를 넣어주어야 한다.

한 가지 욕심을 더 낸다면, 우리나라에서 발음되는 각각의 글자의 음가와 가장 가까운 소리로 로마자 표기가 되었으면 한다. 설기현 선수는 언제까지 ‘쎄올’ 열풍을 몰고 다녀야 하며, 최희섭 선수는 언제까지 빅‘초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녀야 하는가? ‘ㅓ’가 ‘eo’로 표기되는 근거는 바로 ‘국어 로마자 표기법’일텐데, 이는 다분히 한국적인 표기다. 로마자 표기법은 우리나라에서만 국한되는 하나의 표기 약속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geobukseon’(거북선)을 영어권 쪽 사람들은 ‘지오북씨온’정도로 읽어낸다. 이름표기에서만큼은 한국인을 배려한 기계적인 로마자 표기법보다는 영어권 사람을 배려한 표기를 사용하자. 성씨에서 ‘서’는 ‘Seo’가 아닌 ‘Suh’로, ‘설’씨는 ‘Seol’이 아닌 ‘Suhl’로, ‘최’씨는 ‘Choi’가 아닌 ‘Choe’로 표기하면 어떨까?

김일승/광주 서구 화정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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