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최근 교육부가 2008학년도부터 교원평가제 시행을 예고하면서 교육부와 전교조 사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교육부는 교사의 질 향상을 통한 학교교육의 내실화를 위해선 교원평가제(이하 평가제)가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는 쪽이고, 전교조는 교원 구조조정 도구로 활용될 위험과 교사와 학생 사이 신뢰관계를 깨뜨리는 해악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다. 교사가 갖춰야 할 자질은 크게 인성적 요인과 기술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인성적 요인은 엄격한 구속력이 수반될 때 그 효력이 발휘된다면, 기술적 요인은 연구·개발 환경과 개인의 자발적 의욕과 노력이 결합될 때 그 결실이 풍성해진다. 지난 9월부터 시행하는 ‘부적격 교원 퇴출제’는 인성적 요인에 맞춘 제도로서, 엄격하게만 적용된다면 상당한 효력을 발휘하리라 본다. 문제는 기술적 요인인데, 교육부가 내놓은 평가제가 여기에 초점을 둔 제도다. 그러나 교육부는 일을 단편적으로만 바라본 채 무리하게 ‘한건주의’에 매달려 있지 않나 싶다. 첫째,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해법이 나올 수 있도록 큰 틀에서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사 자질 중 기술적 요인의 향상은 환경적 요소와 교사 개인의 노력이 맞물려야 함에도 교육부는 후자에만 매달린다. 셋째, 수업의 질은 교육주체인 교사의 자발적인 동력에 비례한다. 첫째,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해법이 나올 수 있도록 큰 틀에서 다양한 방안들을 종합적으로 연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평가제 하나만 들고, 그것도 시범운영 기간이 채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덜컥 입법예고를 해 버렸다. 전교조는 오래 전부터 근무평정제 폐지, 교장 선출보직제 도입, 학생회·학부모회·교직원회의 법적 기구화를 통한 학교자치제 도입 등 여러 방안들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이런저런 핑계로 그 방안들은 도외시한 채 유독 평가제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경쟁만이 살길’이란 신자유주의적 표어를 교사들에게 들이대기만 하면 교사의 질이 높아지고, 학교교육의 내실화도 이루어진다고 국민을 호도하고, 학교교육의 부실화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교육부가 교사들한테만 책임을 전가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둘째, 교사 자질 중 기술적 요인의 향상은 환경적 요소와 교사 개인의 노력이 맞물려야 함에도 교육부는 후자에만 매달린다. 아마 환경적 요소는 일정하게 갖추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만약 그렇다면 겉뿐만 아니라 속을 세밀히 봐 주기를 바란다. 교육은 협력 체제로 이루어질 때 그 효과도 높아진다. 그런 면에서 학교마다 조직화되어 있는 ‘교과협의회’는 교사의 수업 질을 실질적으로 올려 줄 대안이다. 그러나 현재 학교 현장 여건을 보면, 하루 중 한 시간이라도 짬을 내어 같은 교과목 교사들끼리 모여 논의의 장을 펼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과후에도 보충수업에 야간 자율학습 감독까지 쳇바퀴를 돌다 각자 과제를 짊어진 채 집으로 돌아갈 뿐이다. 과제를 교사 개인에게만 짊어지게 하지 말고 동료교사와 함께 머리를 맞대어 해결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준다면 교사들은 한결 발전적인 모습으로 태동할 것이다. 셋째, 수업의 질은 교육주체인 교사의 자발적인 동력에 비례한다. 그러나 교육부가 내놓은 평가제에는 강제적 추동력이 강하다. 물론 그동안 교사 중심의 일방통행이 부분적으로나마 학생들과 쌍방향으로 소통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요소도 있지만, 그 이상의 부작용도 예견되는 만큼 신중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태 변화만큼 학생들이 교사를 평가하는 태도 역시 자못 달라지고 있고, 학생들이 자신의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만약 강제력이 주어지는 평가를 한다면 이로 말미암아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가 표피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방법은 교사의 자발적 의지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를 위해선 교사들의 적극적인 동의와 참여가 선행돼야 한다. ‘평가의 칼날’은 그 뒤라도 늦지 않다. 정두철/부산 신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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