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2.25 17:44 수정 : 2006.12.25 17:44

왜냐면

지난 12일치에 실린 ‘사교육 없애는 게 능사인가’라는 제목의 홍석주씨의 글 중 대안학교에 대한 일부 시각은 이제 풀려야 할 오해라고 생각한다.

홍씨는 ‘대안학교는 탄탄한 경제력과 현 교육체제를 넘어서는 교육 철학을 가진 소수의 사람만이 선택할 수 있다’는 취지로 글을 썼다. 대안학교 초기에 이런 비판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에 대안학교가 100곳도 넘고, 그동안 대안학교들마다 ‘돈 있고, 의식 있는 소수의 중산층 학교’ 비판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대안학교 학부모 가운데는 대안 교육 철학을 확고하게 가진 사람보다는 새로운 교육 철학을 배우길 원하는 사람이 더 많다.

돈 문제부터 먼저 이야기하면, 우리는 농촌에서 농사짓는 생활에서도 마리학교(강화도에 있는 중학 과정의 대안학교)에 같이 참여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입학이 결정된 이후 각 가정의 경제사정, 여건, 의지에 따라 학비에 차등을 두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농사지어 수확할 때마다 학교와 수확의 기쁨을 나눈다. 이런 방식을 도입하는 대안학교가 많아지고 있고, 인가를 받거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일 경우 비용 부담은 훨씬 줄어든다. 또 대안학교 학생 대부분이 학교 자체에서, 학생들 서로 간에, 학부모와 사회의 도움으로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가져 사교육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대안학교는 오히려 돈이 적게 드는 점도 있다.

현 교육체제를 넘어서는 교육 철학을 가지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대안학교 학부모는 대안 교육 철학을 확고하게 가진 사람이기보다는 새로운 교육 철학을 배우길 원하는 사람이 더 많다. 대안학교 학부모 대부분이 느끼는 점 중 하나가 대안학교는 아이들의 학교일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이 서로 현대 문명을 넘어서는 ‘대안적인 삶’을 배우는 곳으로 받아들인다. 공교육의 경우 학부모가 학교에서 소외되는 경험을 하는 때가 많은데, 대안학교에서는 학부모, 교사, 학생 서로 간에 깊은 교류와 연대를 통해 공동체로 거듭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태적 삶을 받아들인 학부모들은 자발적으로 자동차를 포기하고 자전거를 타고,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생활을 바꾸게 된다. 최근에 마리학교에서 있었던 회의를 마치고 학부모 한 분이 하신 말씀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저는 학생운동에 참여해 본 적도 없고, 평범하게 살아왔습니다. 사람들이 공동체, 공동체 그러는데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게 뭔지, 서로 하나되는 게 뭔지 알겠습니다.”

대안학교 설립 주체는 대부분 강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사회적 비판을 오랫동안 보고만 있지는 않는다. 대안학교는 자기모순을 상당히 극복했고, 내년부터는 대안학교법에 의해 법적인 보호도 받게 된다. 돈 있고, 의식 있는 중산층 학교라는 오해를 이제 우리 사회가 풀어줘야 한다. 그래야 누구나 대안 교육을 같이 즐길 수 있다.

김재형/전남 곡성 농민·마리학교 학부모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