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8 17:29
수정 : 2006.12.28 17:29
왜냐면
이라크의 전 통치자인 사담 후세인이 사형선고에 불복해 이라크 특별법정에 항소심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이라크 현행법상 항소심에서 사형이 확정되면 대통령과 두 명의 부통령 인준을 거쳐 30일 안에 형이 집행된다. 현 이라크 대통령은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선고에 반대했지만 인준권을 부통령에게 위임한 상태다. 하지만 주히 대변인은 사형을 집행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과거 자신의 통치기간에 자행한 두자일 학살 사건이 주된 기소 내용이었다. 자신에 대한 암살기도에 따른 보복 차원으로 자행된 두자일마을 학살은 148명을 처형하는 끔찍한 결과를 불러왔다.
조급함에 쫓겨 미래 이라크의 과거사 정리에 중요한 구실을 할 후세인을 사형하는 것은 핍박받은 사람들에게 명예회복의 희망을 사형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죄인을 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근대국가의 기초다. 후세인이 집권 시절 저지른 죄는 응당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후세인 사형집행은 이라크 국내정세 불안과 자치정부의 치안 장악력 부족으로 인해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발생한 변호인에 대한 위협적 행위, 재판부 구성의 공정성 시비는 판결의 정당성에 의혹을 제기할 만한 문젯거리다. 이런 위험 요소가 내포된 상황에서 사형이 집행된다면 이라크는 더 큰 분쟁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먼 미래의 얘기일 수 있으나 이라크 분쟁이 종료되면 과거사 진상규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그때가 되면 과거 통치자가 중요한 증언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후세인 전 대통령의 사형은 연기돼야 한다.
후세인 전 대통령은 미국이 벌인 이라크 전쟁의 상징이다. 그렇기에 미군은 현상금까지 걸어가며 후세인 체포에 혈안이었다. 결국 그를 법정에 세워 사형 판결까지 얻어냈다. 예상보다 길어지는 전쟁에 뭔가 성과가 필요한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조급함에 쫓겨 미래 이라크의 과거사 정리에 중요한 구실을 할 후세인을 사형하는 것은 핍박받은 사람들에게 명예회복의 희망을 사형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집행은 그런 이유에서 재고되어야 한다.
김성진/서울 서대문구 북가좌2동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