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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04 17:19 수정 : 2007.01.04 17:19

왜냐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새해인사에서, 2006년은 묵은 숙제를 정리하고 새로 할일을 준비하는 해였으며 ‘방만하게 운영되던 의료급여제도의 고삐를 잡았다’고 자찬하였다. 유 장관이 이런 새해인사를 할 즈음인 지난 12월29일 복지부는 ‘소액 본인부담제, 선택 병의원제 도입 관련 통계자료 정정’ 자료를 발표하였다.

이 자료에서 복지부는 지난 1년 내내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을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주범으로 몰아붙였던 통계가 실은 근거가 잘못된 자료였음을 실토하였다. 수급권자들이 공짜 의료를 남용하고 있다는 근거로 ‘의료급여 및 건강보험 의료비용 비교자료’를 인용하여 의료급여 1종 환자의 외래 1인당 진료비가 건강보험에 비해 3.3배가 높다고 했으나, 이 통계자료가 성별·연령·질병군에 대한 보정을 하지 않은 자료였다는 것이다. 이를 바로잡은 발표에서 성, 연령 및 질병의 심한 정도가 유사한 환자들의 의료 이용을 비교하여 보니 질병건당 진료비가 의료급여 1종 외래의 경우 1.48배에 그쳤다.

잘못된 자료에 근거하여 애꿎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의 의료 이용을 제한하고 차별하는 정책을 추진한 데 대해 유 장관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즉시 의료급여제도 개선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들 중에는 노인 계층이 건강보험 가입자 분포에 비해 3배 이상 많고 중중의 고액 질환자와 중복 만성질환자가 많기 때문에 의료 이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의료비 통계의 기초 상식에 해당하는 성별, 연령, 중증도 보정을 하지 않은 채 진료비 총액을 기준으로 단순비교한 것은 단순한 통계 오류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급여 재정절감 목표를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정책적 오류인 것이다.

유 장관은 잘못된 통계 자료를 근거로 수급권자들을 도덕적 해이의 주범으로 낙인찍고 각종 제한과 차별을 정당화하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하였다. 건강보험에 비해 3.3배나 많은 의료 이용량을 줄이기 위해 모든 수급권자들에게 의료 이용 때 본인부담금을 물리고, 의료급여 환자가 이용하는 병·의원을 지정하도록 하고, 의료급여증을 플라스틱 카드로 바꾼다는 등의 제도 변화를 추진하려 했던 것이다. 잘못된 자료에 근거하여 애꿎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의 의료 이용을 제한하고 차별하는 정책을 추진한 데 대해 유 장관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즉시 의료급여제도 개선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

이번에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급여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은 우리 사회 빈곤층에 대한 최소한의 의료안전망조차 훼손하는 것이며 수급권자에 대한 의료보장 포기 선언이다. 지난 30년 동안 의료급여제도의 발전에 역행하는 정책이며, 특히 노무현 정부 들어 의료급여제도 개선에 성의를 보였던 모든 정책을 스스로 뒤엎는 꼴이다. 국가가 보장해야 할 공공부조 사업에서 이렇게 촘촘히 이중삼중의 수급권 제한 조처를 취하고도 사회보장을 시행하는 복지국가라 할 수 있는가.


의료급여 비용 급증은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책임이 아니다. 중증 고액 환자와 만성질환자를 의료급여로 밀어내는 건강보험제도, 의료 공급자가 주도하는 의료비 급증을 관리하지 못하는 의료제도, 절대빈곤층에 대해서도 최저생계 보장을 하지 못하는 공공부조제도 등의 문제가 총체적으로 의료급여제도에 집중되어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의료급여 재정대책은 의료급여제도 안에서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다. 유 장관은 힘없는 수급권자의 의료 이용을 제한하고 옥죄는 정책을 중단하고 근본적인 의료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럴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그 자리를 내놓는 것이 마땅하다.

조경애/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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