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능력과 의욕만 있으면 공부할 수 있는 교육복지국가”교육인적자원부의 웹사이트에 있는 문구다. 문제는 이것이 글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부에 따른 학력 세습이라는 ‘볼보효과’가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사교육 신화는 유치원부터 대학생까지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사립대부터 국립대까지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대안 없이 곰비임비 살인적 등록금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장기적 보완뿐 아니라 단기적 응급처방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신뢰를 잃었고, 응급처방으로 내놓은 새로운 학자금 융자 제도는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 학생들은 그나마 학자금 융자를 받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만족해야 하는 걸까? 대부분의 학생들이 느끼기에 현행 학자금 제도는 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벌자는 정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학자금 대출은 당장 생산성이 없는 학생들이 미래에는 생산성을 창출할 것으로 보고 하는 것이다. 그런 학생들을 상대로 연 6.59~7%의 이자장사를 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대출을 받으면 당연히 이자 부담이 생긴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은 당장 생산성이 없는 학생들이 미래에는 생산성을 창출할 것으로 보고 하는 것이다. 그런 학생들을 상대로 연 6.59~7%의 이자장사를 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지금의 신용도를 문제 삼아 미래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원금의 상환 시기를 학생의 학부 졸업을 기준으로 삼아 대학원 진학 때부터로 잡는 것도 문제다. 그뿐만 아니라 생활비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자취방 하나조차 얻을 수 없을 정도로 현실성이 없다.
지난해 노벨 평화상은 ‘유누스 정신’을 선택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유누스 정신은 상을 주고 칭송해야 할 대상일 뿐, 실천 대안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다. 학생들에게 부담이 없는 학자금 제도는 유누스 정신을 행동으로 옮기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이자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올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의학전문대학원생은 대출이 비교적 쉽다고 한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나를 압박할 이자 부담은 내 꿈마저 빼앗아 노련한 흰 가운의 비즈니스맨으로 만들어 버리진 않을까 걱정된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능력과 의욕만 있으면 공부할 수 있는 교육복지국가가 아닌, 돈이 없으면 꿈을 포기하라고 권하는 사회다.
임춘우 /부산시 북구 덕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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