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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5 18:41 수정 : 2005.03.15 18:41

내일이면 갈게요.

누군가 보채는 소리 들었겠지만

봄눈 희뜩이는 산등성이 밑

아직은, 마른 살빛으로 함께 누워

잠시만 두 눈을 꿈벅이다 가렵니다

꽃샘바람에 엉거주춤 곱사춤을 추고 있는

여윈 저 산도화 가지 위에도

이윽고 싱싱한 햇살 가득 내리는 것을 보고

맑고 은은한 그 새소리 기다려

어떤 모르는 침묵에도 귀를 적시고 싶네요

어지럽고 철없던 시절 다 지나가고

남은 눈썹도 이제 꿈처럼 흐려졌으니

멀리 들을 건너오는 아련한 풍물소리에

땅벌레 몇 놈 꿈틀대며 기어나오는 날

갈게요, 숨죽였던 세월일랑 그들에게 맡기고

저기 누군가의 돌무덤을 지나

아지랑이 홀홀 살아나는 두엄더미 곁

오래 지켜온 내 눈물 한 방울만 흙빛으로 심어 두고

갈게요, 내일이면 갈게요.

박호민/시인,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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