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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밭 |
내일이면 갈게요.
누군가 보채는 소리 들었겠지만
봄눈 희뜩이는 산등성이 밑
아직은, 마른 살빛으로 함께 누워
잠시만 두 눈을 꿈벅이다 가렵니다
꽃샘바람에 엉거주춤 곱사춤을 추고 있는
여윈 저 산도화 가지 위에도
이윽고 싱싱한 햇살 가득 내리는 것을 보고
맑고 은은한 그 새소리 기다려
어떤 모르는 침묵에도 귀를 적시고 싶네요
어지럽고 철없던 시절 다 지나가고
남은 눈썹도 이제 꿈처럼 흐려졌으니
멀리 들을 건너오는 아련한 풍물소리에
땅벌레 몇 놈 꿈틀대며 기어나오는 날
갈게요, 숨죽였던 세월일랑 그들에게 맡기고
저기 누군가의 돌무덤을 지나
아지랑이 홀홀 살아나는 두엄더미 곁
오래 지켜온 내 눈물 한 방울만 흙빛으로 심어 두고
갈게요, 내일이면 갈게요.
박호민/시인,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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