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지난달 교육인적자원부가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중학교에서 배우는 국사와 세계사를 ‘역사’ 과목으로 통합하고 초등학교 국사를 배우는 시기를 현재 6학년에서 5학년으로 앞당긴다 한다. 그런데 ‘방안’ 중에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는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을 공무원 임용시험에 반영하겠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런 방침에 대해 찬성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25일 처음 치러진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은 여러가지로 수정·보완되거나 폐지되어야 할 제도다. 지난해에는 초급(초등) 5·6급과 중급(중·고등) 3·4급이 치러졌고, 올해에는 고급(대학·일반) 1·2급까지 치러진다고 한다. 역사의식을 검정시험을 통해 키우겠다는 발상도 황당하며, 역사교육을 통합논술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었다는 것에는 더 할 말을 잊는다. 의도는 ‘한국사에 대한 폭넓고 올바른 지식을 공유하여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갖도록’ 하고,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응하여 ‘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역사학습을 통해 고차원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육성하’며, ‘통합논술시험에 적극 대비하기 위’함이란다. 역사의식을 검정시험을 통해 키우겠다는 발상도 황당하며, 역사교육을 통합논술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었다는 것에는 더 할 말을 잊는다. 고등학교에서 ‘근현대사’ 과목 선택률이 낮다고 하는데, 이 제도를 입안하고 시행하는 사람들이 각 출판사에서 펴낸 교과서들 가운데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교과서가 몇 종이나 되는지 설문조사라도 한 적 있는지, 대부분의 역사 교과서 구성이 얼마나 어렵고 지루하고 딱딱한지 아는지, 이를 보완하고자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에 맞서 역사 수업을 강화한다는 것도 근시안적이다. 역사과목 자체가 폐쇄적이고 국수적으로 흐를 소지가 많은 과목이다. 우리 문화와 역사를 소중하게 여기도록 하는 것과 다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긍정하고 수용하는 열린 태도를 키워주는 것이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단순히 주변 나라들이 이렇게 하니까 우리도 이렇게 한다는 것이 교육목표가 될 순 없다. 더욱이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그것이 성적에 반영된다면 사교육 시장으로 흡수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상황이다.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검정시험은 단순히 성적을 올리는 수단으로밖에 작동하지 않는다. 한자 능력 검정시험과 컴퓨터 자격시험 등이 아이들이 꼭 봐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그것이 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까지 끼어들었다. 더구나 이 시험에는 학습교재 출판사를 비롯하여 언론사, 상업방송사 등이 관계하고 있다. 이 시험이 치러질 즈음부터 관련 신문사가 상세하게 다루었고, 몇몇 출판사에서는 질이 떨어지는 역사 도서를 시험준비에 도움이 된다며 300만~400만원에 판 적이 있다. 역사과목의 비중이 높아지면 학부모들은 당연히 관심을 가질 것이고, 그것은 역사의식이 아닌 시험성적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또 얼마나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시험현장으로 몰아가겠는가.“교육방송도 수능교재 팔아서 수억원의 이익을 남기는데 우리는 교재 팔아서 돈 벌면 안 됩니까?” 검정시험 시행 출판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 시험은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일깨우려는 교육당국과 그를 이용하여 이름을 알리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출판사와 논술 광풍의 한 자락을 휘어잡고 수익사업을 하려는 상업적 언론사가 함께 만든 또하나의 일그러진 제도이다. 김현미/성공회대 엔지오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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