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나는 현직 고등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1980년 5·18 민주화 운동에 참가했다가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4개월을 복역하고 석방되었다. 그 이후 사법투쟁을 벌여 2000년 3월 무죄를 선고받고 복직한 뒤 지난해 명예퇴직하였다. 5·18 당시 군사재판을 거쳐 대법원에 상고할 때 공주교도소에서 있었던 일이 요즘 다시 떠오르는 것은 최근 교육부가 교사 징계를 자행하는 사태 때문이다. 당시 교도소장은 나의 상고문을 대법원에 송부할 수 없다고 했다. 전두환을 ‘대통령’이라 호칭하지 않고 ‘육군 소장’으로 표시하였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11월22일 교사대회 때 교육부 장관과 시·도 교육감, 각급 학교 교장들이 행한 일련의 행태는 당시 교도소장이 권한 밖의 권력을 행사하려던 행태와 별로 다르지 않다. 전교조 정책의 정당성 유무를 따지기보다는 ‘연가 사용’만 문제 삼고 징계를 하겠다는 것은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고 시비를 거는 것과 다름없다. 교장들은 교육부 장관·교육감의 지시가 정당한지 불법인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군사정권 시절처럼 교사들 단속에 급급하여 국가공무원법 56조(성실의 의무) 제58조(직장이탈 금지) 제66조(집단행위 금지) 등을 위반한 혐의로 징계절차에 착수하고 있고,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이라는 단체는 집회 참여 교사에 대한 징계가 늦어지고 있다며 지난 8일 교육부 장관과 15개 시·도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이르렀다. 전교조도 이에 대응하여 교육부 장관과 15개 시·도 교육감을 교원노조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였고, 이제 사법부의 판단이 남아 있다. 전교조뿐 아니라 한국교총과 교장단 모임도 주요 교육 현안에 대하여 연가·출장을 사용하여 집회 등을 열고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교사의 연가 신청은 청구권자인 교사가 사유가 있을 때 행사하는 ‘청구권’이지, 교장한테 ‘허가권’이나 ‘재량권’이 있는 게 아니다. 공무원법도 “행정기관의 장이 휴가를 불허가할 수 있을 안에 관하여는 ‘공무수행상 특별한 지장’이 있을 경우에 한정한다”고 제한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일상적으로 연가·연수·출장 등 업무수행에 따라 수업 변경이 있고 일상적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계획을 짜서 운영하고 있다. 공무원 연가는 재직 기간별로 6~21일까지 보장되어 있다. 또한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지난해 6월 법정 연가 일수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분기별 각 2일 이상(연 8일 이상) 의무 사용을 강조하고 각급 기관(학교)장은 본 대책이 효과적으로 이행되도록’ 하라고 지시하였다. 교육 당국의 연가신청 불허는 전교조 교사뿐 아니라 40만 교사 모두에 해당할 개연성이 있는 중대한 문제다. 2006년 11월22일 전교조가 주최한 전국교사대회는 5대 쟁점사안(교원평가 저지, 차등성과급 폐지,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구속 교사 석방, 연금법 개악 저지)을 해결하기 위한 조합원 결의대회였다. 그런데 당시 언론이나 교육부 등이 전교조 정책의 정당성 유무를 따지기보다는 ‘연가 사용’만 문제 삼고 징계를 하겠다는 것은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고 시비를 거는 것과 다름없다. 당시 집회 참가를 빌미로 교육 당국이 징계하겠다는 교사는 2000여명에 이른다. 징계가 현실화되면 교직사회 전체가 황폐화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새해 벽두부터 정해진 각본대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징계사태를 교육 당국과 전교조가 다시 대화로 슬기롭게 풀어나가길 진심으로 바란다.이상호/5·18교사동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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