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냐면
의료급여법 개정안, 어떻게 볼것인가 최근 정부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연구를 하는 등 심사숙고를 해서 내놓은 의료급여제도 개선안에 대하여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합리적인 대안 제시나 비판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확한 사실 확인도 없고, 현실 진단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자신의 철학은 선하고 상대방의 철학은 나쁘다는 식으로 서슴없이 주장하는 데에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번 의료급여제도 개선은 그동안 대상자 확대에 비하여 부실하게 운영되어 왔던 정부의 관리체계 미흡 등 제도적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제기하는 바와 같이 비용 증가의 주요인이 수급자 전체의 도덕적 해이에 있다고 보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감기 등 경증 질환에 대한 외래 이용에 있어서 수급자들이 본인부담 없이 언제나 어디서나 원하는 곳에서 의료 이용을 할 수 있도록 열어둔 상황에서 수급자를 탓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도에 있다. 제도개선안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재정 누수 방지를 위한 구체적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총액예산제나 인두제 등 당장 도입하기 어려운 대안을 제시하는 등 제도 도입 여건을 무시한 채 정부에서 의지가 없음을 탓하고 있다. 하나의 시각으로 상대방의 진의를 무시하거나 매도하는 행태 멈춰야 총액예산제 등 굵직한 제도의 도입 여건이 성숙하기를 마냥 기다리기에는 현재의 상황이 시급하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의료급여 재정을 볼 때 현행 제도가 일부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누구나 동의하리라고 본다. 의료급여 수급자라 하여 감기, 고혈압 등 진료에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의 1.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국가가 계속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은가? 건강생활 유지비를 매달 6천원씩 먼저 지원하여 외래 진료와 같은 경증에 대해 1천원 내지 2천원을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고, 그동안 여러 의료기관을 과다이용하고 있는 수급자에게 본인이 원하는 곳을 선택 병의원으로 지정하고 단골병원으로 이용하게 하여 의료 이용의 적정을 꾀한다면, 암 등 중증 질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나갈 수 있고 최근 급증하는 의료급여 재정부담으로 위축된 다른 복지사업들도 한 발짝 더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상시적인 의료욕구가 있는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자, 장기이식 환자 등에게까지 본인부담을 부과하지는 않는다. 입원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복합질환자도 선택 병의원을 지정하면 지금처럼 본인부담 없이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보건소도 본인부담이 없다. 건강생활 유지비로 지원하고자 하는 1인당 월 6천원 수준은 1년에 의료기관을 48회 이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2005년에 1종 수급자들이 평균 34회 이용하였다는 점에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물론 수급자들에게 약간의 불편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제도 개선으로 상당한 규모의 예산 절감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제도 운영이 합리화되어 국민의 신뢰가 높아진다면 향후 지원 대상자 확대와 보장성 강화는 물론 우리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손길에게 새로운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하나의 시각으로 상대방의 진의를 무시하거나 부도덕하다고 매도하는 행태는 그만 하자. 다른 관점과 해법이 있음을 인정하자. 의료급여 제도가 저소득층의 의료안전망 구실을 더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상석/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본부장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