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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22 18:01 수정 : 2007.01.22 18:01

왜냐면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했다. 필자는 일찍부터 ‘고건 대망론’은 없다고 점쳐왔던 터라 그리 충격적이지 않았지만 그를 따르던 많은 정치인과 국민들은 허탈함과 충격이 클 것이다. 그렇다고 고건 추종자들의 책임은 없는가? 그를 추종하며 대망론을 설파했던 정치인들은 망연자실한 측면도 있겠으나 국민들의 눈과 귀를 어둡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 허무주의를 부추긴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정치는 인물 중심으로 이합집산을 거듭해왔다. 정당정치에서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정치 발전을 이뤄온 서구 유럽의 경험에 비추어, 이번 고건 사퇴의 배경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특히 여권의 정치인들은 이번 대선에서의 정권 재창출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생명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설익은 ‘고건 대망론’을 펼치며 원내 과반수 의석을 만들어 준 국민들의 지지를 배신하고 원칙을 버리며 지역주의에 기대는 듯한 추한 모습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그 책임은 크다고 할 것이다.

철저한 검증과정 없이 화려한 경력에 따른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되어 막연한 기대감으로 정치과열을 불러온 측면이 없지 않았다.

지금 우리당 내부의 정계개편 논의를 들여다보면, 겉으로 드러난 목표는 정권 재창출에 있는 것 같지만 왜 정계 개편을 해야 하는지 목표가 불분명하다. 좀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다음 총선에서 자신들의 정치생명이 끊어질 절박한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정계개편을 논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겠다고 하면서도 말과는 달리 누구 한사람 구체적으로 기득권을 포기한 사람이 없고 잇속을 챙기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는 힘들 것이란 생각이다.

고건 전 총리의 행정관료와 정치인으로서의 화려한 이력을 덮을 만한 인물을 찾아보기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철저한 검증과정 없이 화려한 경력에 따른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되어 막연한 기대감으로 정치과열을 불러온 측면이 없지 않았다. 특히 고건 전 총리가 걸어왔던 길에는 진보개혁세력의 범여권 대선주자로서는 치명적인 경력이 있음을 아는 국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바로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민정당 국회의원을 지냈다는 사실이다. 이 점은 그의 이념적 성향의 징표라 할 것인데도 진보 개혁을 표방한 우리당과 일부 정치권 진영에서 그를 범여권의 대선 후보로 상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당시 정치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가 신군부 출범 당시 정무수석으로 재임하다가 신군부에 협력할 수 없어 사퇴를 했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온 점에 비추어 보면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지향이 다름에도 당선이라는 목표만을 위해 인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 이번 고건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이 가져다 준 교훈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의 철저한 검증과정이야말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인들도 스스로 기득권에 연연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범태 /한국투명성기구 광주전남본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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