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25 17:31
수정 : 2007.01.25 17:31
왜냐면
남편과 다른 선생님 등 두 교사가 갑자기 경찰관들에게 잡혀간 지도 벌써 엿새째다. 1월12일 아침 우리 집에 갑자기 경찰관들이 들이닥쳐 압수수색 영장을 들이밀고 집안을 네 시간이나 뒤져서 컴퓨터 두 대와 여기저기 쌓아놓은 프린트물, 시디 등을 압수해 가더니, 18일에는 전교조 교사 2명을 구속했다. 전교조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선군정치’ 관련 내용을 조사하겠다는 이유였다.
통일 교육 업무와 활동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해온 남편을 두고, 일부 극우보수 언론들은 ‘친북 교육, 의식화 교육’ 운운하면서 20년 동안의 교사 열정을 매도하고 있다
그날 이후 우리 가족의 삶은 엄청난 소용돌이로 휘말려 갔다. 남편은 20년 동안 중학교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치며, 교직을 천직으로 삼았다. 남편이 수업할 때 가장 마음쓰는 것은 재미있는 수업,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업이다. 남편은 항상 나에게 이 단원을 더 흥미롭게 가르칠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지를 묻곤 했다. 학기말 고사가 끝난 어수선한 시기에는 재미있는 퀴즈 수업을 준비해서 수업의 긴장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학교일로 바빠 귀가 시간이 늦어져도 짧은 시간이나마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 주는 아빠였고, 중학생이 된 큰아이가 학습에 힘들어 할 때는 공부 방법을 하나하나 가르치고 몸에 익힐 수 있도록 지도해 온 아빠였다.
남편은 최근 6년 동안 학교에서 통일 관련 업무를 맡아 통일교육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1998과 99년에는 교육부에서 주관한 교과교육연구 활동에 참여하여 입상했으며, 2000년에는 남편이 참여한 ‘통일을 생각하는 서울교사 모임’이 ‘학교 통일교육 우수사례 공모’에서 통일부 장관상을 받기도 하였다.
6·15 공동선언 이후 학교 현장에서 ‘화해평화 교육’이념에 기초한 통일 교육은 교육청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역점사업이다. 이러한 통일 교육 업무와 활동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해온 남편을 두고, 일부 극우보수 언론들은 ‘친북 교육, 의식화 교육’ 운운하면서 20년 동안의 교사 열정을 매도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진정 민주화된 나라인지 의심스럽고 그저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우리는 학생들에게 ‘진실은 밝혀진다’고 가르친다. 아무리 수구언론이 왜곡보도를 일삼고 ‘전교조의 통일 교육’을 친북 교육으로 매도해도, 남편이 해온 평화화해통일 교육의 진실은 곧 밝혀지고 유치장에 갇힌 두 분 선생님도 그들이 정열을 쏟아온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선영/교사·서울 송파구 문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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