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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29 18:06 수정 : 2007.01.29 18:06

왜냐면

수백억원을 들여 설치한 쓰레기소각장의 가동률이 33%밖에 안 된다면 문제가 있다. 서울 목동 소각장은 아파트 단지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할 목적으로 하루 150톤 처리 용량으로 지었다가 1995년에 폐쇄하고 400톤 용량의 소각장을 신설하여 양천구민 50만명이 배출하는 쓰레기를 처리했다. 그런데 재활용 정책의 성공으로 소각장에 들어오는 쓰레기가 줄어 처음에는 70%를 웃돌던 가동률이 2005년에 33%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쓰레기 처리비용과 예산낭비 문제가 제기됐다. 그래서 서울시는 다른 지역의 쓰레기를 함께 처리하는 광역화 정책을 추진하려는데 소각장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가동률을 높여 세금 낭비를 막으려는 광역화 정책에 강남과 양천, 노원구 소각장 주민들은 왜 반대하는 것일까?

서울시가 정말로 시민들의 건강과 재산의 안전을 걱정했다면 소각장 광역화를 추진하기 전에 누가, 왜 반대할 것인지 예측해 보고 대책을 마련하는 갈등영향분석을 했어야 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주민들에게 도와달라고 협조를 부탁하는 것이 올바른 주민협의다.

무엇보다 염치없는 행정편의주의가 문제다. 서울시는 목동 소각장 처리 용량을 400톤으로 늘릴 때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1구 1소각장 정책에 따라 양천구 쓰레기만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가동률이 떨어져 1구 1소각장 정책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면 이에 대해 먼저 사과하는 것이 도리다. 목동 소각장의 가동률이 70%에서 33%로 떨어진 이유는 26%이던 재활용률을 69%까지 끌어올린 주민들의 노력 덕분이 아닌가. 세계 최고의 재활용률을 달성한 주민들에게 감사와 포상은커녕 굳게 다짐한 약속까지 어기면서 미안한 마음조차 없는 서울시에 주민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주민들은 대화를 원하는데 서울시는 그동안 할 만큼 했다며 대화는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울시의 자원회수시설 홈페이지를 보면 목동 소각장 주민협의체와 진지하게 대화를 추진한 기간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에 불과하다. 중구와 용산구 쓰레기를 함께 처리하는 마포구 상암동 소각장은 정상 가동까지 15년이 걸렸고, 경기도 5개 시군의 쓰레기를 공동 처리하는 이천시 소각장은 10년이 걸렸다. 150톤 규모의 목동 소각장을 400톤 규모의 양천구 소각장으로 광역화하는 주민협의도 3년이 걸렸다.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협의는 쌍방통행의 대화가 아니라 일방통행의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을 위해 상인대표들과 협의했듯이 목동 주민대표들과 협의했다면 어땠을까?

주민들의 건강권과 재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목동 소각장이 양천구 소각장으로 바뀌고 이것이 다시 양천·강서·영등포 소각장으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유해물질 증가에 따른 건강피해의 위험은 없는지, 강서구와 영등포구 쓰레기 차량 때문에 진입로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 소음·먼지·교통체증 피해는 없는지, 강서구와 영등포구 쓰레기까지 들어오면 목동아파트가 소각장 아파트가 돼서 집값이 떨어질 위험은 없는지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시는 소각장 광역화를 위해 5년 전부터 주민들과 협의했다고 하지만 주민들이 우려하는 환경·교통·재산 피해에 대한 영향조사 한 번 해 보지 않고 무엇으로 주민들을 안심시키며 광역화를 추진하려고 했는지 의문이다. 서울시가 정말로 시민들의 건강과 재산의 안전을 걱정했다면 소각장 광역화를 추진하기 전에 누가, 왜 반대할 것인지 예측해 보고 대책을 마련하는 갈등영향분석을 했어야 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주민들에게 칭찬할 것은 칭찬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면서, 약속을 어겨 미안하지만 사정이 이렇게 됐으니 도와달라고 협조를 부탁하는 것이 올바른 주민협의다.

주민협의도 하나의 기술이다. 소각장 광역화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한테 협상 능력이 없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협상에 관한 기초교육도 받지 않고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무면허 운전과 다름이 없다.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



<한겨레>에서 시민사회 토론 공간으로 제공한 지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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