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1.29 18:14 수정 : 2007.01.29 18:14

왜냐면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와 관련한 필자의 반론에 대해 최경림 한-미 자유무역협정 제1교섭관이 반론한 걸 읽고 재반론한다.

필자는 지난 글에서 투자분쟁 기구의 비밀주의를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섭관은 “투자분쟁은 비밀리에 진행되지 않으며, 최근에는 상당 부분이 공개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당사국들의 경우 이러한 공개조차도 자국민들의 끊임없는 정보공개 요구의 결과였다. 이어 최 교섭관은 “판정문 전문도 인터넷에 공개한다. 시민단체들도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송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판정문 공개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현재 지구상 곳곳의 투자분쟁 현황을 고작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이하 해결센터)에서 심판 일정 시기를 공표하는 수준을 가지고서 ‘상당’ 부분 공개된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민단체의 의견 제출도 정보공개 요구를 일부나마 받아들여서 가능해진 결과지만 구속력이 없다.

최 교섭관은 “황 기자의 주장 중에 가장 문제되는 것은 투자분쟁 제도가 공공정책과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전제”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문안에 공공사업을 포기한다는 조항이 없음을 강조한다. 당연하다. 나프타 1100조에서도 ‘공공영역 침해는 없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수용’(expropriation) 개념이다. 멕시코에서 발생했던 메탈클래드 사건의 경우 분쟁 판결은 쓰레기 매립지 허가권을 갖고 있는 멕시코 국내법은 고려하지 않고, 환경과 거주민의 이익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면서 멕시코 정부에 1600만달러의 배상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캐나다에서도, 발암물질로 유명한 다염화비페닐(PCB) 수입 금지와 관련해 미국 기업인 마이어스가 거둔 투자분쟁 승소도 환경권에 대한 대표적인 침해 사례다.

나프타에서도 ‘공공영역 침해는 없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수용’ 개념이다.투자자-직접 소송제로 가기도 전에 계엄령이 선포된 볼리비아 정국 사례는 우리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준다.

어디까지 ‘수용’하느냐에 대한 이런 자의적인 해석을 두고서 “해결센터를 비롯한 투자분쟁에서 일관되게 받아들여진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것이다”라는 최 교섭관의 말에서는, 협상 실무자의 현실과 조항 사이에서의 안이한 인식이 엿보이는 듯해 걱정스럽다.

끝으로 벡텔 사건을 보자. 최 교섭관은 필자의 벡텔 사건 인용을 사실관계가 잘못 이해되었다고 했지만, 투자자-직접 소송제로 가기도 전에 계엄령이 선포된 볼리비아 정국 사례는 우리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준다.

남미의 후진국 볼리비아가 받은 90년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개혁 프로그램 일환에는 한국에서 익히 경험했던 공기업 매각이 포함되었다. 이로 인해 코차밤바시 상하수도 시설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중단되고 벡텔이 인수 경쟁에 끼어든 것이다. 벡텔은 인수 일주일 만에 볼리비아 국민 일인당 한 달 평균 70달러의 소득 중에 20달러를 수도세로 내도록 인상했다. 벡텔은 빗물을 받아 쓰는 것은 상수도 사용량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빗물 사용을 금지하는 조처까지 했다. 볼리비아 민중들의 봉기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벡텔은 사업 포기로 끝내지 않고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를 통해서 이 가난한 나라의 한줌의 피까지 빨아먹으려 한다. 한 국가의 수도사업을 고작 2만달러에 인수해 놓고서는 피해보상액으로 2600만달러의 소송금을 건 것이다. 이처럼 잔인한 소송을 두고 “소송을 제기했다가 아무런 배상을 요구하지 않고 취하했다”고만 쓴 최 교섭관의 주장은 벡텔이란 회사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벡텔이 상하수도 사업을 포기하기 전 볼리비아 상황은, 계엄령이 선포되고 군대가 자국민에 총부리를 겨누어 한 소년이 얼굴에 총을 맞고 숨지는 등 악화일로였다. 자사에 대한 세계적인 비난 여론이 기업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벡텔이 결국 우리 돈으로 300원에 불과한 푼돈을 받고 소송을 취하한 것이다. 이런 사실은 외국 언론 홈페이지 기사 검색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밝히건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환경을 비롯한 공공영역 침해에 대한 보호조항이 있더라도 멕시코, 캐나다 사례를 보면 무역협정 조항과 국내법이 휴짓조각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는 없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장밋빛 청사진으로만 보는 노무현 정부의 시각에 오해가 있을 뿐이다.

황진태 /인터넷언론 〈대자보〉 기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