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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군 개혁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하여 / 표명렬 |
지난해 12월 ‘2020 국방개혁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선진국들도 냉전체제 붕괴 이후의 안보환경 변화와 무기체계의 경이적인 발달에 조응해, 병력 집약적 군대를 기술 집약적으로 전환하고 이에 따른 전략의 변화와 군 구조개혁을 단행해 왔다. 국방개혁안이 확정됨으로써 우리나라도 이제 무기체계 중심의 물리적 국방력 건설 분야는 정권과 상황이 변하더라도 분명한 전망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 남은 과제는 이러한 물리적 역량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인적 요소인 군대문화의 개혁이다. 우리 군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 때문에 잘못 형성된 군대문화를 개혁하지 않고는 진정한 의미의 군 개혁을 했다고 할 수 없다.
자주국방에는 물리적 군사력뿐만 아니라 정신·문화적 분야도 포함됨은 너무도 당연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수차에 걸쳐 자주국방 의지를 피력하고 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2003년 4월 국방부의 ‘국방 개혁안’을 보고 받을 때도 “우리 군도 과거사 정리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게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친일 독재 세력에 의해 왜곡 형성된 군대문화를 불식하고 새로운 군대문화를 구축하자는 의미다. 군 개혁은 과거사 진상조사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작년 12월 민주평통 자문회의 연설에서는, 이른바 군 원로라는 사람들의 자주국방 의지 결여를 통박하며 장병들이 자부심과 보람을 가질 수 있도록 군을 육성하지 못했음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나 홀로 애국’이란 자기도취에 빠져 있는 행태를 거칠기는 했으나 통렬하게 질타했다. 왜곡된 군대문화의 근본 원인이 고급간부들의 잘못된 의식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하고, 무엇보다 그들의 생각을 바꿔야 함을 강력히 촉구한 내용이다.
2005년 6월 최전방 감시초소(GP)에서의 총기난사 사건 이후, 군대문화를 개혁하라는 국민적 여론의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다. 군도 나름대로 피나는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결정적 요건인 고급간부들의 의식 전환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물리적 국방개혁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인적 요소와 관련된 군대문화 개혁은 대부분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위임된 내용이어서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사실 문민정부가 들어선 당시에 즉각 친일 반역도들과 독재세력에 의해 세뇌되고 뿌리 내려진 반민족·반민주적 군대문화를 척결해야 했는데, 당시 정부도 ‘하나회 숙정’이 군 개혁인 것으로 착각해 손을 놓고 있었다. 그 결과, 군대 내 일부 기득권 세력의 반발역량만 키워준 셈이 됐다. 그들은 냉전수구 정치세력의 비호를 받으며, 반민족적 선동 신문을 금과옥조 삼아 정부의 안보정책을 사사건건 반대·비난하는 여론몰이에 앞장서 왔다. 바로 그런 세력이 과거의 명성과 축적한 부에 힘입어 아직도 군에는 직·간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스페인이 프랑코 독재로부터 민주화됐을 때 했던 것처럼 군 간부 양성과정의 훈육내용을 전면 개편하여, 역사적 진실에 입각해 선배들의 행적을 판단할 수 있는 정의의 분별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는 군에 맡겨서는 불가능하다. 참여정부의 군 개혁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한 특단의 결행이 있어야 할 것이다.
표명렬/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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