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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05 17:23 수정 : 2007.02.05 17:23

왜냐면

<한겨레>는 지난달 24일 경기 의왕시 한자 표기 변경 기사를 내보냈다. 의왕시는 현재 한자 표기 ‘儀旺’이 본래 한자 표기 ‘義王’의 일제 때 왜곡이라고 주장하면서 2월20일부터 새로운 한자 표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2004년부터 주민의견 조사를 실시하고 2005년도에 시의회와 도의회를 의결을 거쳐 2006년 12월22일에 국회까지 통과되어 2007년 1월19일 법률이 공포되었다.

의왕시는 무슨 역사적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지 궁금하다. 김정호 선생이 <대동여지도>를 목각하는 데 기초가 된 필사본 <동여도>에 보면 광주부 의곡(義谷)면과 왕륜(旺倫)면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리고 대동여지도 자매편인 ‘대동지지’에 보면 ‘의곡(義谷): 서남쪽으로 처음이 40리, 끝이 60리에 있다’ ‘왕륜(旺倫): 서남쪽으로 처음이 60리, 끝이 70리에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1626년 이후 경기 광주부의 치소는 남한산성 안에 있었다. 거리는 치소에서부터 계산되었다). 김정호 선생의 <동여도>와 <대동지지>에는 의(義)와 왕(旺)으로 표기되어 있다. 동여도와 대동지지만으로 볼 때 ‘義’자에 대한 표기는 의왕시 주장이 맞지만, ‘旺’에 대한 주장은 틀린다. 일제가 ‘王’에 일본을 상징하는 ‘日’을 넣어 ‘旺’자를 만들었다는 주장은 허구임이 동여도와 대동지지만 보아도 증명된다.

의왕시는 현재 한자 표기 ‘儀旺’이 본래 한자 표기 ‘義王’의 일제 때 왜곡이라고 주장…김정호 선생의 동여도와 대동지지만으로 볼 때 ‘義’자에 대한 표기는 의왕시 주장이 맞지만, ‘旺’에 대한 주장은 틀린다.

또한 ‘1872년 지방지도’ 중 ‘경기도 편 광주전도’에는 광주부 의곡(儀谷)으로 표기되어 있다. 의왕시가 주장하는 ‘義’자 주장도 역사적 근거가 미약하게 된 셈이다. 김정호 선생은 옳을 의(義)자로 썼는데 왜 ‘1872년 지방지도’에서는 예의 의(儀)자로 썼는지에 대한 문제는 역사적으로 해명이 되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본래 ‘義王’이었는데 일제가 왜곡했다는 주장은 분명히 틀린 주장이다. 역사적 근거도 없이, 일제가 왜곡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애국주의가 아니라 역사적 근거를 무시한 국수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현재 의왕시에는 의왕시 역사박물관 내지 향토 사료관조차 하나 없다.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1899년에 편찬된 <광주부읍지>가 번역되어 지금 의왕시 도서관에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우리나라의 현재 각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와 국회까지 자신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김정호 선생이 일생을 바쳐 일반 백성이 편하게 사용하기를 바랐던 대동여지도를 우리는 서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없다. 초등학교 교실에 걸려 있는 지도에 김정호 선생의 대동여지도는 없다. 이렇게 전통을 무시하는 현재의 우리나라 사정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의왕시 한자 표기 변경 법안은 허구에 기초한 것이므로 마땅히 폐기되어야 한다.

홍기원/은평두레생협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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