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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08 17:45 수정 : 2007.02.08 17:45

왜냐면

아침에 신문을 읽다 보면 사회면의 봉사활동 소식에 눈길이 머문다. 소외된 이웃을 위한 따뜻한 마음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그런데 아름다운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에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다. 라면이나 과일상자를 높이 쌓고, 기증자는 가운데에, 복지관 아이들과 어르신들은 양옆에 세워놓고 찍은 ‘기념사진’이다.

복지관을 방문하다 보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이러한 사진이 필요하지 않으냐고 먼저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봉사자나 봉사단체에서 으레 기념사진을 요구하기 때문에 미리 알아서 챙겨주는 것이다. 물건을 기증하는 봉사단체나 기관의 사진촬영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발길을 돌리거나 지원이 줄어들까봐 거절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봉사자나 단체의 처지에서는 근거자료나 기념사진에 불과하겠지만, 기부를 받는 쪽에서는 사진 촬영을 위해 아이들과 때로는 몸이 불편한 노인들까지 동원해야…

특히 목욕봉사 사진은 더욱 마음이 아프다. 목욕봉사 대상자는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노인이나 허약자, 장애인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도 없는 경우가 많다. 사진들은 하나같이 속살을 드러낸 채 봉사자에 안긴 뒷모습이나 쇠잔한 알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회의 약자로 소외된 이들이지만 그들 역시 엄연히 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초상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진을 보면 의문이 든다. 과연 본인들의 의사를 물어보기라도 한 것인지.

봉사활동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은 인격 존중이다. 그럼에도 많은 봉사자들이 사진 촬영에서 이 점을 지나치고 있다. 봉사자나 단체의 처지에서는 근거자료나 기념사진에 불과하겠지만, 기부를 받는 쪽에서는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사진 촬영을 위해 아이들과 때로는 몸이 불편한 노인들까지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에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먼저다. 사진 촬영이 필요하다면 복지사나 관계자를 통해 먼저 양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봉사자들이 아무런 말도, 아무런 설명도 없이 소외된 이웃들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은 봉사의 기본정신을 해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업 홍보와 언론 보도를 위한 촬영일지라도 땀 흘려 일하는 봉사자의 헌신적인 모습이 담긴 게 우선일 것이다. 봉사활동 소식은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하고 봉사자를 확대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곤란하다. 땀 흘려 일하기보다는 기부한 물건을 쌓아놓고 과시하듯 사진 촬영에 열중하는 모습은 이젠 사라졌으면 한다.

이재명/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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