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08 17:46
수정 : 2007.02.08 17:46
왜냐면
남극에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특별보호구역이 지정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의 펭귄마을을 한국 정부가 관리하는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남극대륙에 과학기지를 갖고 있는 18개국 중 15개국이 67곳의 특별보호구역을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계획은 한국이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어서 매우 고무적이다. 우리나라가 국외에 환경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의 21번째 국립공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남극대륙은 어느 특정 국가의 주권이 행사되지 않는 곳이지만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보호활동을 한다는 뜻에서 국립공원 또는 국립자연보호구역에 해당한다.
남극 생태계의 역사는 인간의 생물종 남획의 역사다. 19세기 서구 열강은 앞다투어 남극 일대에서 포경을 일삼아 대형 고래를 멸종 위기로 몰았고, 이어 바다코끼리와 바다사자 그리고 펭귄을 차례로 멸종위기 명단에 올렸다. 미-소 대립의 냉전시대에는 남극에서 핵실험을 시도하거나 핵폐기물을 처리하려고도 했다. 남극대륙에 많은 광물자원이 있을 것으로 믿고 주권다툼을 벌였다. 그러나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의 노력으로 남극대륙은 인류 공동의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순수 과학연구 목적으로만 이용하도록 규정한 남극조약이 그것이다. 90년대 말에는 광물자원 개발을 못하도록 하는 남극환경보호 의정서가 채택되었고 남극 인근의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도 이루어졌다. 특히 남극해양생물 보호협약은 인위적인 구분이 아닌 남극의 찬바다가 열대의 더운바다와 만나는 지점을 관리구역으로 지정하는 생태계에 기반한 유일한 국제환경보호협약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극대륙은 어느 특정 국가의 주권이 행사되지 않는 곳이지만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보호활동을 한다는 뜻에서 국립공원 또는 국립자연보호구역에 해당한다.
남극보호 운동가들은 최근 남극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여러 요소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미국 등에서 대형 남극여행 선박이 몰려 생물 서식처가 위협받고 있다. 또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급격하게 줄어 남극 생태계 먹이사슬의 중심부에 있는 크릴이 크게 줄고 있다. 과학자들은 크릴은 원래의 80%가 사라졌고 크릴을 먹이로 하는 펭귄과 대형 고래들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고 경고한다. 크릴 감소는 인간의 크릴 조업도 한 원인이다. 특히 한국의 크릴 조업량이 최근 5년 사이에 꾸준히 증가하여 작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크릴을 많이 잡는 나라가 되었다. 문제는 국내에서 크릴이 바다낚시의 미끼로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은 조업구역을 세분하여 관리하고 크릴조업선에 과학 옵서버(참관인)를 승선시키는 등 보호조처를 강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생물 서식처가 집중되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러한 조처는 이미 남극해양생물 보호협약에서 논의 중인데 크릴 조업량이 가장 많은 한국은 이러한 보호 조처에 매우 소극적인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지구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는 선진국 책임론이나 후진국 배려론이 통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은 원양어업의 선두국가로서 보호정책에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극은 지구촌 환경위기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때문에 정부의 남극특별보호구역 지정 계획은 한국이 지구 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징적인 노력으로 평가될 수 있다. 정부는 남극 환경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제2기지 건설을 재고하고 다른 나라의 기지들을 공유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국민들은 남극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실천으로 크릴을 낚시미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세계보건기구에 이어 유엔의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로서 국제사회에서 성숙한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
최예용/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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