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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08 17:48 수정 : 2007.02.08 17:48

왜냐면

최근 권오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관람한 뒤 “성형수술도 ‘소득공제’를 해주는 게 당연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비만·기형 등도 이젠 엄연한 질병에 포함되는 만큼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세금 혜택을 주는 게 당연하며, 성형수술로 돈을 많이 버는 의사들의 세원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지난해 말에는 가족공제 중 소수자 추가공제를 없애고 다자녀가구에 대한 공제액을 확대하는 개편안을 두고 첨예한 찬반 양론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첫째, 소득 공제의 종류가 많아지는 것은 공평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 둘째, 물적공제와 인적공제 등 다양한 공제 제도로 증명서 발급과 복잡한 세금계산 등에 막대한 인력과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 셋째, 신용카드 및 의료비 사용 등에 관한 개인별 정보를 수집, 제공하는 시스템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연말 연초에 신문 경제면이나 검색 사이트의 상위 순위를 지키는 검색어 중 하나가 ‘연말정산’이다. 갑종 근로소득세를 내는 대다수 봉급생활자들은 연말정산을 위한 근거서류를 준비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된다. 공제대상 항목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다 해마다 바뀌기 때문이다. 작년부터는 신용카드 및 보험, 의료비 등과 관련한 서류가 상당부분 전산화되어 국세청으로 직접 통보되는 간편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필자도 납세자이지만, 이제는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 항목에 대한 논의에 앞서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때가 됐다고 본다. 소득과 일정한 세율에 따른 세금을 내는 간단한 제도가 왜 이렇게 복잡한 시스템이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공제 항목을 최소화해야 한다. 원래는 없던 공제항목들이 많아진 것은 사회·경제 규모가 커진데다 세원발굴이라는 또다른 목적을 연말정산과 연계시키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아마 공제없이 모든 세금을 내야 한다면 대다수의 납세자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금액이 될 것이다. 명목상의 세율만 높고 실질 징수율은 떨어진다면 세무행정 차원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 필요한 적정 세금을 징수하고 납부하면서도 연말정산으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소득 공제의 종류가 많아지는 것은 공평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 세금의 기능 중에 부의 재분배 기능이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공제 항목은 어차피 특정한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한 특혜가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다자녀 가구도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겠으나 독신자 또한 배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몇년 전부터는 일정액 이하 소득자의 경우 장례와 이사 공제 항목까지 만들어져 있으나 이런 혜택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돌아간다. 납세자 개별적으로 보면 장례나 이사보다 더 어려운 상황들이 있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소득에 따른 세율의 차등이 있는 만큼 약자에 대한 배려는 세율 차등화로도 충분하다.

둘째, 물적공제와 인적공제 등 다양한 공제 제도로 증명서 발급과 복잡한 세금계산 등에 막대한 인력과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 각급 원천징수 기관에서 일차 검증을 한다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 철저하게 확인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연말정산을 대비해서 잠정적인 금액을 공제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원시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공제 항목을 대폭 줄이는 등 제도의 근본적인 단순화가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징수액과 확정액의 차이에서 오는 정산도 매우 단순해질 것이다.

셋째, 신용카드 및 의료비 사용 등에 관한 개인별 정보를 수집, 제공하는 시스템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한 개인의 소비행태는 물론 질병과 치료 내역 등이 공개되면 개인의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다분히 있으며 다른 의도로 악용될 수도 있다.

이제 정부 당국은 구체적인 공제항목의 증감과 방법 등 연말정산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넘어서서, 왜 이렇게 복잡한 제도가 생겼는가를 돌아보고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장형/백석대 교수·기독교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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