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나는 33살 뇌병변 1급 장애인이다. 나를 포함한 중증장애인 8명은 지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1일째(2월13일 현재) 단식농성 중이다. 애초 25명의 중증장애인이 단식을 결행했으나 탈진해 병원에 실려가는 이들이 속출하면서 현재 8명이 남아 있다. 그나마 대다수가 불안정한 혈압과 저혈당 등으로 힘겨운 상태다. 우리는 왜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든 몸으로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에 나서게 되었는가? 수년 전부터 장애인계에서는 각 지자체와 중앙정부에 중증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활동보조인 서비스의 제도화를 요구해 왔다.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먹고, 싸고, 움직이기 힘든 중증장애인의 일상을 비장애인이 유급으로 보조하는 제도를 말한다. 길게는 80일이 넘는 기간을 노숙 농성과 삭발을 하며 각 지자체와 중앙정부에 이 제도의 올바른 시행을 요구했으며, 수십명의 중증장애인들이 여섯시간 동안 한강대교를 기어서 건너는 투쟁을 전개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활동보조인 서비스의 제공은 당사자의 필요도가 일차적 기준이며, 서비스 제공 시간에는 상한선이 있을 수 없음 △활동보조인 서비스의 시행에서 소득 기준의 제한은 시간적으로 2007년도에 한정되며, 공간적으로 각 지자체를 강제하지 않음 △장애유형이나 연령,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법률 제정과 종합계획 수립의 약속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5개 사항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지난해 복지부 장관이 약속한 것처럼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필요함을 인정하고 제공시간은 필요도에 따라서 상한선을 두지 않아야 한다. 또한 자부담도 즉각 폐기해야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런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올해 4월부터 본격 시행하는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에 월 80시간의 상한선을 두고 활동보조인 비용의 10%를 중증장애인에게 전가하는 등 개악안을 시행하려 하고 있다. 월 80시간은 하루에 두 시간 반 정도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아침에 세면을 하거나 식사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 시간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비현실적인 상한시간은 머리를 감겨주다 말거나 식사를 채 마치지도 않았는데 활동보조인은 시간이 다 되었다며 돌아가 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 시간이다. 또한 현재 쥐꼬리만큼 지급되는 기초생활 수급비에서 활동보조인 비용 10%를 자부담하라는 것은 어떠한 논리를 들이대더라도 수급권자 장애인들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서울시에서 활동보조인 서비스 시범사업을 시행한 결과를 보면 보건복지부의 이번 제도화 방침은 더욱 설득력을 잃는다. 모두 416명이 8500여만원의 예산으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이는 복지부 계획상 지원 대상 3642명의 11.4%에 해당한다. 따라서 복지부가 올해 월 예산으로 확정한 7억2800여만원으로, 굳이 대상자를 수급권자와 차상위 200%로 한정하고 10%의 자부담을 부과하지 않아도 충분히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제공할 여지가 있다.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중증장애인들에게 숨쉬는 공기, 마시는 물과 같다. 수십년간 장애인수용시설을 전전하며 사육당하고, 집안 골방에 갇혀 살아온 중증장애인들에게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철저하게 당사자의 입장에서 지켜져야 할 인권이다. 지난해 복지부 장관이 약속한 것처럼 ‘장애인의 인간적 삶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하여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필요함을 인정하고, 장애유형이나 연령,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당사자의 필요성을 기준’으로 제공되어야 할 것이며, ‘제공시간은 필요도에 따라서 상한선을 두지 않아야’ 한다. 또한 자부담도 즉각 폐기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의 마지막 절규를 외면하고 탁상행정으로 만들어진 잘못된 제도를 밀어붙이려고만 하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장애인이 죽어나가야 하는가? 이제라도 복지부는 중증장애인들의 외침에 귀기울이고 즉각 올바른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에 나서야 한다.최강민/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국장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