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지난 일요일 새벽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로 발생한 이주 노동자들의 죽음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4월에도 수원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다행히 보호실 밖에 있던 직원들이 소화기로 진화해 큰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예견된 인재임을 밝히는 단서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2006년 말 현재 외국인력 규모(법무부 자료)는 41만3천명으로, 합법 체류자가 22만8천명(55.2%), 불법 체류자는 18만5천명(44.8%)이다. 불법 체류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천명이 줄었다. 1993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한 이래 제도 보완책으로 정부는 04년 8월 고용허가제를 시행하였다. 그러나 산업연수생 제도와 고용허가제 병행 실시의 제도적 한계에 따라 정부는 2005년 7월 산업연수생 제도를 폐지하고 2007년부터 고용허가제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을 확정하였다. 아직도 많은 이주 노동자들은 일상적 사회생활에서 ‘이주자’라는 이유만으로 편견과 차별을 받고 있다. 이런 태도는 특히 국가 공권력이 이주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타나는데, 이것은 사회일반의 의식이 차별적으로 흐르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는다 미등록 노동자 양산은 정부 부담으로 다가오고,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불법 체류자 단속’이 더욱 거세게 진행되며, 다시 미등록 노동자는 ‘불법체류’ 신분으로 단속을 피하여 도망 다니고, 무리한 단속으로 말미암아 예기치 않은 건강권 침해란 악순환이 종종 발생했다. ‘불법 체류자’를 줄이고 합법적인 등록 노동자 인력 도입을 위한 선의와 노력이 본의 아니게 ‘불법 체류자’를 양산하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지위가 보장된다”고 하였다. 이주 노동자의 생활 및 근로조건 보장의 영역을 국제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최근 서울 고법의 이주 노동자 노동삼권 인정 판결도 당연한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산업안전보건 표준을 △실행정책을 위한 지침 △경제활동 영역에서의 보호 △특정 위험요인으로부터의 보호와 보호조치 등으로 분류하고, ‘이주 노동자 관련 비준 및 권고안’(1975)에서 열악한 상황에서의 이민과 기화와 처우 균등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2006년 ‘국내 거주 외국인 근로자의 건강 수준 평가와 체계적 관리방안’ 조사를 보면, 사회·문화·경제 및 환경조건과 생활 및 근로조건이 이주 노동자에게 건강상의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등록 노동자와 미등록 노동자의 건강상의 차이가 확인됐다. 노동시간과 급여의 차이는 물론, 만족도의 차이도 보였다. 이주 노동자의 사회적 건강 달성을 위하여 다양한 사회적 건강정책을 포괄할 수 있는 상위 정책개념이 필요하다. 제도적·법적 개선을 통하여 외국인들의 체류 유형 다양화와 정주화로 진행되는 이주민들의 새로운 문제점들을 줄여가야 한다. 이주 노동자들 개인의 건강은 사회적 의존도가 높은만큼 법적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 ‘사회적 건강과 사회적 통합’을 이루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주 노동자들은 일상적 사회생활에서 ‘이주자’라는 이유만으로 편견과 차별을 받고 있다. 이런 태도는 특히 국가 공권력이 이주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타나는데, 이것은 사회일반의 의식이 차별적으로 흐르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나라도 이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이주 노동자가 이미 40만명을 넘어서고, 국제결혼이 전체 결혼의 13% 이상이라는 통계수치도 다문화 사회의 징표로 곧잘 거론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다문화 사회에서 살아갈 준비가 얼마나 돼 있을까? 다문화 사회라지만 여전히 ‘우리’가 되지 못하는 게 소수자들의 현실이다.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무시하고 이번 사건처럼 이주 노동자를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 쇠창살에 갇힌 채 유명을 달리하거나 죽음 직전까지 가야 했던 외국인들에게 명복을 빌고 위로 말씀을 전한다.홍승권/서울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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