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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7 19:37 수정 : 2005.03.17 19:37

고3 수험생이다. 대한민국 모든 고3이 그렇듯이 새벽에 일어나 학교에 갔다가 학원에 가서 새벽까지 공부한다. 하루에 치르는 수능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어른들의 말에, 말 그대로 ‘코피 터지도록’ 공부한다. ‘서열 높은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같은 교실의 아이들과도 치열한 경쟁을 한다.

그러나 예외인 아이들이 있다.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대학을 가는, 흔히 특례생이라고 하는 아이들이다. 외국에서 살다왔다는 이유만으로 서열 높은 학교에 합격한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하루도 대한민국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대한민국 고3은 그 학교에 입학하려면 하루에 잠 4시간 자고, 밥 먹을 때에도 영어 단어를 외워야 한다. 물론 특례생들이 공부를 전혀 하지 않거나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교 수업도 듣지 않고 학원에 가는지, 4교시 이후 그 학생의 빈자리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갈지 못 갈지 모르는 대학을 특례생들은 외국에서 살다왔다는 이유로 학교 수업 안 듣고도 합격할 수 있는, 외교관 딸로 태어나서 외국으로 엄마, 아빠 따라 살다왔더니, 12년 간 엄마 아빠의 잔소리 속에서 공부해온 대한민국 학생들이 갈 수 있을까 하는 학교에 합격되어 있는 현실에 대해 허무함을 느낀다. 그 특례생의 빈자리를 보고 대한민국 고3이 받을 상처를 생각해 보았는가? 사실 이 나라는, 더 고운 언니만 좋아하는 엄마 품 같다.

박은준/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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