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15 17:59
수정 : 2007.02.15 18:03
왜냐면
지난 7일 국회에서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있었다. 그런데 김 대표는 34분 연설 내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는 연설 서두에서 취업이 안 돼 스스로 삶을 포기한 20대 청년 얘기를 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그토록 취직을 원하던 젊은이에게 일자리 하나 만들어 주지 못할 정도로 딱한 처지가 되었다면서 한나라당은 민생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동할 수 없어서, 교육 받지 못하고, 그래서 취업하지 못해 빈곤에 이르는 이 땅의 480만 장애인 차별은 민생에도 끼지 못한단 말인가?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과는 원내대표 면담과 아울러 법안 당론 발의를 이뤄냈으나, 유독 한나라당은 법 제정을 열망하는 장애인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장애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 제기를 하는 게 아니다. 장애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하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다섯 차례나 보냈다. 한 번도 아무런 답신이 없었다. 지난 6일에는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하여 면담을 요구하니, 공문을 받은 적도 없고 너무 바쁜 일정 때문이라며 궁색한 변명만 늘어놨다.
장애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법안을 발의한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한나라당 등 3당 원내대표 면담을 추진했다. 무엇보다도 국회의 관심이 관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열린우리당은 원내대표 면담과 아울러 법안 당론 발의를 이뤄냈고,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독 한나라당은 법 제정을 열망하는 장애인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 대부분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꼭 필요하다고 말로는 인정한다. 그러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없는 개별적 인정이 무슨 소용인가?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법안추진연대와 원내대표의 면담을 마련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공식 인정해야 한다. 지난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장향숙 의원(열린우리당)과 정화원 의원(한나라당)이 각각 입법 발의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상정되었다. 또한 7일부터는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논의가 시작되었다. 앞으로도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오르는 모든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제1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한나라당의 정체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항간의 소문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최선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추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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