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15 18:00
수정 : 2007.02.15 18:03
왜냐면
지난 2월9일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사립학교법과 로스쿨법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합의했다고 해서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 속에 제정된 사학법이 재개정되어서도 안 되고 그럴 것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교육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용인할 수 없으며 사학법 재개정 논의는 중단되어야 한다.
2006년 7월 개정 사학법 시행 이후 전교조가 개방형 이사를 독점하는 사례는 발생하지도 않았으며, 개정 사학법을 흔드는 한나라당의 공세와 법인들의 눈치 보기 속에서도 개정 사학법은 현장의 변화, 사학 주체들의 참여와 민주화, 사학 운영의 투명성을 이끌고 있다. 일부나마 사학재단의 예·결산이 공개되고, 이사회 회의록이 공개되어 유령 이사회가 없어지고 있다. 얼마 전 한양대와 경희대에서 해방 이후 1인 체제 전통을 깨고 외부에서 새로운 이사장이 선임된 것은 개정 사학법의 성과다.
사학법 재개정은 올바로 교육하고 교육받기를 원하는 교육 주체들에게는 건강한 교육권의 말살, 즉 숨통을 막는 일이다.
개방 이사제 도입으로 이사회 운영이 민주화되고 교육 주체의 의견이 반영되는 최소한의 통로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사학의 주인이 이사장이 아니라 사학의 주체들이라는 인식이 이제 막 싹트려 하고 있다. 임시이사가 파견된 어느 재단에서는 산하 중·고등학교에 교사에 의한 교장 선출제를 전격 실시하여 사회 안팎의 지지 속에 학내 구성원들의 참여와 관심을 높이고 있다. 기존 사학법이 폐쇄적인 재단 운영과 족벌 경영을 통해 비리 재단이 생길 여지를 열어주고 면죄부를 주었다면, 개정 사학법은 사학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듯 개정 사학법이 학교 민주화를 이끌고 있는 이 시점에서 개정 사학법을 재개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개악’일 뿐이다. 교육 주체들 중 개정 사학법의 개악을 원하는 사람이 없다. 무릇 정치란 백성이 걱정 없이 살기 편하게 해야 하는 것인데, 사학법 재개정을 통해 학부모, 교사, 학생들을 사학 밀실운영의 질곡에 처박고 다시금 거리의 투사로 나서게 만드는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치인인가?
지난해 말,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사학법 재개정안을 제출하여 논란을 빚었다. 이는 국회에서 자신의 손으로 결정한 법률을 부정하는 것으로, 국민에 대한 배신이며 정치적 야합이다. 그런데 이번엔 청와대가 나섰다고 한다. 일부 정치인들에게는 사학법 재개정이 정치적 흥정 대상에 불과할지 모르나, 사학에서 올바로 교육하고 교육받기를 원하는 교육 주체들에게는 건강한 교육권의 말살, 즉 숨통을 막는 일이다. 개정 사학법은 사학재단이 교육기관으로서 자리매김되는 최소한의 조처다. 사학법인의 민주적 운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참여정부를 비롯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진정 교육을 고민한다면 개정 사학법의 재개정 논의를 중단하고 이 법의 정착에 힘써야 한다.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공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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