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서울 양천구 목동소각장 광역화를 둘러싼 주민 반대가 급기야 학생들의 등교거부 사태로까지 번졌다. 갈등의 불씨가 앞으로 훨씬 더 큰 불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소각시설과 같은 주민 비선호 시설의 입지·운영과 관련한 갈등의 원인을 무조건 행정기관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소각시설 운영기관인 서울시의 문제점을 짚지 않을 수 없다. ‘예산 낭비’, ‘지역 이기주의’ 등의 여론몰이는 다른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받을지는 몰라도 해당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더욱 돌아서게 만든다. 서울시로서는 일방적으로 매도당한다고 억울해할 수도 있지만, 소각장 광역화 문제를 지켜본 바로는 서울시의 접근 방법은 문제가 많다. 서울시는 양천구 소각장만 일단 먼저 광역화하면 앞으로 강남구나 노원구 소각장은 쉽게 광역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이 행정력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는 설령 양천구 소각장이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강남구나 노원구 소각장은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울 것이다. 양천구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주민들이 더 철저히 대비하기 때문이다. 소각장 광역화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아 주민과의 합의에 어려움을 겪는 서울시의 고충은 이해한다. 그러나 역으로 서울시가 주민들의 의견 분열을 조장하거나 이용하려 한 측면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소각장 운영의 모든 문제를 ‘광역화’와 연계시키는 서울시의 ‘광역화 우선주의’ 정책이 주민들에게 불신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짚어 보아야 한다. ‘예산 낭비’, ‘지역 이기주의’ 등의 여론몰이는 다른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받을지는 몰라도 해당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더욱 돌아서게 만든다. ‘광역화’를 전제로 모든 협상 의제를 정하는 지금의 방식은 바꿀 필요가 있다. 일단 협상의 제목을 ‘사회적 합의를 통한 소각장 운영의 합리화 방안 모색’이라는, ‘과정’을 중시하는 용어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둘째, 그동안의 소각정책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이 받은 상처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주민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준 다음, 소각장 안전 운영에 최선을 다하는 ‘진정성’을 주민들에게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광역화에 동의해주면 방지시설을 교체해주겠다는 식의 주민 설득은 협상 진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설 안전운전을 위해서 해야 할 것은 광역화에 관계없이 서울시가 먼저 투명하게 추진을 해야 한다. 주민들에게 사과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서울시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셋째, 협상의 주체인 주민대표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명백한 대표성을 갖는 대표부와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협상의 모든 내용은 누리집(홈페이지)과 주민 공지를 통해서 매번 공개해야 하며, 주요 내용은 다시 중간에 주민 동의를 구해야 한다. 소각장 광역화를 둘러싼 갈등 구조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잘못 디디면 무너져 버리는 ‘금간 유리다리’와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물리적 강제력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한 원칙에 충실한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서울시장의 용기 있는 결단을 기대한다.홍수열/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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