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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22 17:33 수정 : 2007.02.22 17:33

왜냐면

오는 25일 일본에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열린다. 양국의 국방 수뇌가 군사교류 문제를 두고 회담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회담은 일본 정부에는 큰 이익이 있지만, 우리한테는 어떤 이익이 있는지 의심이 맴도는 회담이다. 오히려 일본의 양심세력과 시민사회에 재를 뿌리는 행위가 된다.

일본 정계와 사회의 최대 현안 중 하나가 평화헌법 9조 개정 논란이다.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집권 아베 정권은 내각 출범부터 가장 큰 정치적 승부수로 헌법 개정을 통한 자위대의 공식적 군대화를 추구했다. 교전권과 전력 보유가 금지된 헌법 9조를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 큰 저항세력이자 호헌세력이 바로 시민사회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국제사회에서 공공연한 방해를 하는 대표적 주자로 한국의 국방부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교전권과 전력보유가 금지된 평화헌법 9조가 개정되고 자위대가 실질적인 군대로 부활하게되면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두 나라 국방장관이 만나서 시급히 다루어야 할 의제가 무엇인지 매우 궁금하다. 그것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더욱이 그 표현도 ‘군사 교류’라는, 외교적으로 자위대를 공식적인 군대로 인정하는 표현이다. 일본에서 자위대를 ‘군’이나 ‘군대’라고 표현하지 않는 까닭을 국방부가 알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번 회담의 개최는 국방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대일 외교가 얼마나 몰지각하고 인식 수준이 일천한가를 단박에 드러낸 사건이다. 혹자는 이미 일본의 자위대가 세계적 수준의 군대로 자리잡고 있지 않은가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건 일면의 사실이다. 하지만 내용이 그렇더도 그 형식이자 빗장인 실체의 공식적 인정을 우리가 먼저 해서는 안 된다. 외교라는 것은 공식성이 매우 중요하며 형식도 의미가 크다. 일본 정부와 시민들이 헌법에서 묶어 두고 있는 군대보유 금지를 우리가 내용적으로 국제사회에 인정해 주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60년 전 일본 군대는 전쟁의 광란을 일으켜 아시아를 도륙하며 수천만 민간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더욱이 지금까지 제대로 된 반성과 참회도 없었다. 국방부 장관 이하 우리 군인들이 명심할 게 있다. 지금의 자위대가 만들어질 때 병력의 핵심은 과거 전쟁의 주역들이었으며, 지금도 자위대의 정신교육에는 충성스러운 황군, 천황 폐하의 군대라는 교시가 여전하다.

자위대가 동아시아에서 첨단 수준의 실제적인 군사력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국방장관 회담, 나아가 그것이 군사협정의 체결로 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적어도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자위대에 대해서 그 어떤 나라가 강요해도 쉽게 접근해서 안 된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일본의 평화헌법이 개정되고 자위대가 실질적인 군대로 부활하면 동북아는 걷잡을 수 없는 군비경쟁의 블랙홀로 빠져든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평화헌법 9조가 개정되면 일본은 중국과의 대결 정세를 끊임없이 만들어 갈 것이다. 두 강대국은 이미 남서제도의 바다에서 보이지 않는 신냉전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는 모름지기 모든 외교력과 국력을 동원하여 일본 시민사회의 평화헌법 사수 운동을 지지하고 성원해야 한다. 그것은 직접적으로 국민들이 군사비 부담으로 말미암은 세금을 덜 내는 길이다.

우리는 중국한테도 군비 축소와 긴장 완화를 이야기해야 하지만 먼저 일본한테 우리의 우려를 확실히 전해야 한다. 일본 헌법 9조의 개정이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려야 하는 것이다. 단 한번도 진정한 반성과 참회를 하지 않은 전쟁의 주역이 부활하고 있다. 그 실질적 흐름이 바로 일본 헌법 9조가 개정되어 ‘자위대’가 ‘일본군’으로 되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이것을 인정할 수 없다.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경계하고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재철/녹색연합 사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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