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26 17:18
수정 : 2007.02.26 17:18
왜냐면
2월 국회를 바라보는 200만 건설 노동자의 가슴이 새카맣게 타들고 있다. 건설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최극단의 빈곤층이자 우리 사회에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 노동자다. 2005년에는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이 건설현장에 화장실·식당 설치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고, 지난해에는 대구·경북·포항지역 건설노동자들이 불법 다단계 하도급 폐지 등을 요구하며 장기간 파업을 했다.
건교위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아직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는 국회의원들은 대선준비를 하느라, 내년 총선을 위해 지역을 다니느라 얼굴 보기가 어렵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건설 일용 노동자들에게 파업은 곧 ‘무노동 무임금’을 뜻한다. 그런데도 건설 노동자들은 일당을 날리면서까지 파업을 통해 절절하게 외쳤다. 더는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피눈물로 점철된 파업 속에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것이 △시공 참여자 제도 폐지 △불법하도급 처벌 강화 △4대 보험 공사비 반영 △건설기계 노동자에 어음 지급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건설산업 기본법 개정안’이다. 하지만 이 법을 다뤄야 할 국회 건설교통위원회는 개정법안을 아직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해 국회의원들은 올 2월 법안 상정을 철석같이 약속했다. 결국 이 약속은 휴짓조각이 될 판이다.
이 법안뿐만이 아니다. 건설현장에는 화장실·식당·휴게실·탈의실이 없다. 건설 노동자들은 새벽밥 먹고 현장에 나가 봉고차 뒤에 숨듯이 작업복을 갈아입고 일을 한다. 잠시 짬이 나도 휴게실이 없어 작업장 곳곳에 널브러져 쪽잠을 잔다. 화장실이 없어서 볼일을 보고 검은 봉지에 싸서 몰래 버린다. 하지만 정부에선 아무런 제도 개선도 없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대표 발의를 해 ‘건설근로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위생 복지시설을 설치하고, 건설노동자 체불임금을 구제하는 방안을 담아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했으나, 법안은 아직 심의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고통도 마찬가지다. 가동률 50% 미만이 건설기계의 현주소다. 두 대 중 하나는 놀고 있으니, 덤핑이 횡행하고 체불이 판을 친다. 건설기계 수급을 조절하고, 표준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해 중간 브로커를 없애고, 안전검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건설기계 관리법 개정안’인데, 현재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엊그제 언론에는 국회에서 본회의 일정을 잡았으나 다룰 법안이 없어 부랴부랴 일정을 변경했다는 기사가 났다. 건설 노동자들이 먹고 싸고, 일한 임금을 밀리지 않고 받도록 하는 것이 민생법안이 아니고 무엇인가? 도대체 언제까지 건설 노동자들은 인간 이하의 모멸감을 씹으면서 살아가야 하는가?
지난 22일부터 건설산업연맹은 ‘건설민생 3개 법안’ 통과를 요구하면서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국회 안을 다니다 보면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는 국회의원들은 대선준비를 하느라, 내년 총선을 위해 지역을 다니느라 얼굴 보기가 어렵다. 건설 노동자가 국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 그러나, 왜 200만이나 되는 건설 노동자는 상식에 속하는 기본적 권리를 위해 일당을 포기하고 파업을 하고 집회를 하고 농성을 해야만 하는가? 2월 국회를 바라보면서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가슴으로 오늘도 건설 노동자들은 국회 앞에서 천막을 지키고 있다.
최명선/건설산업연맹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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