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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26 17:23 수정 : 2007.02.26 17:23

왜냐면

대학입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교육부와 대학에서 묘책들이 쏟아지지만 논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죽음의 트라이앵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학부모들은 고액의 논술과외까지도 외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논술교육의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기는 학교현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와중에 사교육 시장만 휘파람을 불고 있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08학년도 대입 응시학생 60여만 명 중 논술시험을 거쳐 선발되는 인원은 대입 총인원 대비 8.6%, 4년제 대학 모집인원 대비 13.9%에 해당하는 5만1천여 명이다. 4년제 대학 45곳(22.5%) 정도에서 논술시험을 치른다. 그런데도 논술 광풍은 이미 초등학생을 넘어 유치원생들까지 파고들고 있다. 대학 서열화에 따른 명문대 진학이 훗날 성공과 출세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한국 사회의 퇴행적 풍토와 잘못된 교육신화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은 논술 광풍의 사회적 맥락에 애써 눈감고 있다. 논술시험을 출제할 때 교과서 내용을 활용하고, 고3 수준에 맞는 논술 유형을 개발하고, 사교육을 받으면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이는 현실감각이 없는 공허한 다짐일 뿐이다. 인문논술에 이어 수리와 과학논술까지 확대한다는데 한가로울 학부모와 학교가 어디 있겠는가?

1994년 단순 작문 형태의 논술시험이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대입 논술시험의 역사는 대학당국이 얼마나 학생 선발에 무능하고 안일하게 대응해 왔는가를 잘 보여준다. 지금 통합논술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대학당국의 무차별적인 임상시험의 연장일 뿐, 사회적 신뢰를 갖춘 적합하고 공정한 학생 선발 제도라 할 수 없다. 그동안 대학은 점수로 줄세워진 서열화에 의지해서 무사안일한 자세로 학생을 선발해 왔을 뿐, 선발 시스템의 개발 능력을 스스로 상실해 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논술시험을 치러야 대학의 서열이 높아지거나 명문대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아닌데 대학들은 변별력을 구실로 통합논술의 정당성만을 부르짖어 왔다.

현행 논술시험은 ‘교육 과정’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대학이 강압적으로 도입한 시험제도다. 자연계 논술까지 도입한다면 소수 학생을 위한 특혜 입시교육으로 전락하여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인문과 자연을 통합하는 공통논술 방식으로 통합관리하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논술시험’이 아닌 ‘논술교육’은 반복적인 문제풀이 중심의 수능시험보다 21세기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인재 육성과 공교육 살리기에 훨씬 기여할 수 있는 교육 방식이다. 하지만 현행 논술시험은 ‘교육 과정’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대학이 강압적으로 도입한 시험제도다. ‘논술교육’이 학교현장에서 의미있는 교육활동이 되고 대입전형의 유효한 자료가 되도록 하자면 차라리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통합해 관리하는 방식이 옳다. 지금과 같은 통합 논술시험은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 평가보다는 변별력 확보나 동점자 처리 기준으로 활용하는 형식적 시험인데도 인문사회·수리·과학 등으로 세분화해 사교육 팽창과 공교육 불신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마다 논술 유형과 난이도가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자연계 논술까지 도입한다면 소수 학생을 위한 특혜 입시교육으로 전락하여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인문과 자연을 통합하는 공통논술 방식으로 통합관리하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또한 논술시험은 수능시험을 폐지한 연후에 대입 전형 자료로 활용해도 결코 늦지 않으며, 채점 결과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논술채점의 공정성과 학생 선발의 적합성마저 의심받는 현실에서 논술성적의 공개는 절실하다. 학생들은 임상시험의 도구가 아니다. 논술시험이 공교육 흔들기를 넘어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마저 해소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논술 강화와 확대는 사교육 시장을 살찌게 만드는 입시정책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박명섭/전남 곡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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