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사형제 존폐논란의 두 시각 그동안 말이 많았던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하여 필자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사형제도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형폐지론자들은 사형제는 너무나 비인도적이므로 종신제로 대체하자고 주장하지만, 비인도적이라는 것은 상대적 개념으로, 오히려 종신형이 사형보다 더 비인도적일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오판의 가능성을 들어 사형제의 폐지를 주장하는데, 과거와 달리 현재는 증거의 엄격한 증명력을 요구하는 추세이고 법관들도 더욱 신중한 태도를 취해 오판의 가능성은 앞으로 거의 없을 것이며, 만약 증명력 등에 다툼이 있을 경우에는 사형선고가 있어도 사형집행을 사실상 하지 않는 안전판을 두면 된다. 폐지론자들이 주장해 온 정치적 악용 우려는 사상범 등에 대한 사형조항을 폐지하면 되며 사형제가 있어도 위하력(형벌제도를 통한 범죄예방 효과)이 없다는 그들의 주장은 중범죄 발생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변수 중 특정 변수의 영향이 큰 문화권의 사례를 일반화한 오류라고 생각한다. 중범죄 발생 여부는 사형제도의 존재 외에도 개인적 요인, 사회문화적 요인 등 수많은 변수들의 동태적 작용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는 사형제가 다른 변수에 끼치는 억지력의 영향은 크며, 만약 사형제가 없을 경우에는 변수 간의 상호억지력의 감소로 중범죄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사형제 논란과 관련하여 몇가지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는 전문성의 함정이다. 전문가의 발언이 마치 하나의 정답인 것처럼 국민들에게 인지되는 현상은 경계되어야 한다. 가치가 개입되는 사회정책에서는 가치관의 차이나 전문성의 정도에 따라서 전문가의 주장에도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일부 학자들은 사형수에게도 교화가 필요하다면서 절대적 종신제를 주장하지만, 한평생을 감옥에서만 보낸다면 사형수가 교화되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교정이란 교화되어서 사회 속에 나와서 재범하지 않을 때만 의미를 가지는 사회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둘째, 대중성의 함정이다. 사형존치론자들은 여론이 사형제를 원한다는 식으로 그들의 주장을 합리화하나 이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국민은 비전문가이며 감정에 좌우되는데, 여론은 흉악범죄의 정도나 매스컴의 선정적 태도에 따라서 차이가 크므로 여론은 사형제 존폐에 대한 본질적 기준은 될 수 없다. 셋째, ‘피해자 인권’의 함정이다. 사형존치론자들은 피해자나 유가족의 정서와 인권을 위해서라도 흉악범에 대해 사형을 주장하나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고대의 사형제는 범죄예방 외에도 피해자의 응보적 감정의 충족이 주요 기능이었지만, 오늘날 형벌제도는 피해자의 응보감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형벌의 위하력에 존재 이유가 있으며, 사형 집행으로 인한 응보감정의 충족은 부수적이며 파생적 의미가 있을 뿐이다. 피해자에게는 응보적 접근이 아니라 복지적 접근이 더욱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사형제의 최소한의 위하력을 살리면서도 사형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형에 관한 많은 조항을 폐지하고, 판결과 집행을 구별하여 사실상 시행하지 않거나… 끝으로, 상징성의 함정이다. 이는 형사정책 문제를 정치적 또는 종교적 자세에서 접근하는 상징조작을 통하여 그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행동이다. 종교계가 유력 정치인을 만나서 사형폐지를 주장하거나 공지영씨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소설에서 사형제를 종교적 관점으로 접근하여 사형 폐지를 주장하는 것들이다. 인권운동가나 정치인들이 사형제를 야만국가에나 존재하는 현상이라고 상징 형성하여 현재 국회에 입법계류 중인 바, 만약 비전문가인 국회의원들이 다수의 힘으로 사형 폐지를 통과하려고 한다면 이는 정치적 폭력이며 상징 폭력에 해당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사형제의 최소한의 위하력을 살리면서도 사형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형에 관한 많은 조항을 폐지하고, 수십명을 죽인 흉악범이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수많은 시민을 죽인 내란죄의 괴수와 그 핵심 추종자들에게는 사형제 조항을 존치하되, 다만 판결과 집행을 구별하여 사형수에게는 현재처럼 사실상 시행하지 않거나 일정기간 사형을 연기한다든지, 또는 유영철씨처럼 사형수 본인이 간절히 집행을 원하는 경우에는 일정 조건 아래서 사형을 집행하는 탄력적 운용을 했으면 한다. 사형폐지론자들은 맹목적인 폐지운동보다도 사형수나 수형자들의 시설 안 처우에 좀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가령 사형수에 대한 성생활 보장과 흡연권 보장, 교도작업권과 참정권 보장 운동이 그것이다. 천정환/한국 교정복지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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