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08 18:45
수정 : 2007.03.08 18:45
왜냐면
2012년부터 고등학교 2·3학년 국어 과정에 ‘매체 언어’ 과목이 신설된다. 현재 초등학교 5·6학년부터 대상에 포함된다. 국어 파괴 현상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인터넷 언어를 포함해 신문·잡지·라디오·사진·영화·텔레비전 등 대중매체의 언어를 포괄하는 내용이다.
애초 미디어의 언어 파괴 현상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주 소비세대인 10~20대에 국한되었으나 인터넷 사용 계층이 넓어지게 되면서 그 범위가 점차 넓어져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어 왔다. 최근 조사 결과 누리꾼(네티즌)의 64%가 ‘안습’(안구에 습기차다, 눈물난다), ‘ㅋㅋㅋ’(큭큭큭), ‘쌩얼’(화장을 하지 않은 맨얼굴), ‘불펌’(불법 다운로드) 등의 인터넷 신조어들을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인터넷뿐 아니라 청소년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서도 언어 파괴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의 이대로 공동대표는 “인터넷 언어의 사용은 일차로 우리말이 파괴되는 것이고, 이차로 의사소통이 안 되면서 세대별 계층의 융합이 안 되게 한다”고 지적했다.
바른 언어 교육 실시대상을 상대적으로 대학 입시로부터 자유롭고 아직 언어 습관이 덜 형성된 중학생이나 고등학교 1학년까지로…
이러한 상황에서 ‘매체 언어’ 과목의 신설은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바른 우리 언어 사용을 유도하고 잘못된 언어 사용을 수정해 주는 길잡이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 과목의 실시 대상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고등학교 2·3학년은 18∼19살로 대부분의 언어 습관이 형성되어 있어, 어렸을 때 언어 습관이 잘못됐을 경우 고치기가 쉽지 않다. 과목 편성 역시 국어 선택 6과목 중 하나로 되어 있어 자칫 입시용으로 과목 편성의 목적이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리영희 교수가 이야기했듯이 ‘언어가 의식(인식·관념)의 그릇인 이상, 의식이 일그러지면 그 언어라는 그릇은 일그러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언어가 일그러지면 우리의 의식도 일그러져 세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 그래서 바른 언어 교육은 상대적으로 대학 입시로부터 자유롭고 아직 언어 습관이 덜 형성된 중학생이나 고등학교 1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필수과목화하거나 기존 국어 교과에 포함시키는 것은 어떨까. 인터넷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미디어에 가장 빠르게 적응할 이들 학생들의 교육을 통해 우리말의 바른 사용과 깨끗한 미디어 환경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성재민/전주 완산구 삼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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