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12 17:36
수정 : 2007.03.12 17:36
왜냐면
3월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7일 사설을 통해 아키히토 일왕이 깊이 사죄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 중 저지른 ‘종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전향적 자세를 취하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일왕이 차지하는 일본 안팎의 무게로 볼 때, 그의 일회성 사죄가 현재 일본이 처한 난감한 처지를 벗어나게 하는 데 일시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몰라도 길게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일본은 과거 여러 차례 일본 총리의 사죄와 관방장관 담화 등을 통해 일본의 과거사를 사죄했지만 사태는 전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인 대부분은 과거에 충분히 사죄했으니 더 사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 그 소리냐, 이제 신물이 난다는 투다. 그러나 일본의 차세대를 책임질 젊은이들은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죄의식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이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일본 우익의 교과서 역사왜곡 문제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의 차세대를 책임질 젊은이들은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죄의식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일본 정부가 ‘전쟁반성기념관’ 같은 교육장을 건립하고, 항시적으로 젊은 세대에 과거사에 대한 교육을 해야…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과거 침략전쟁과 일본의 잔학상에 대한 확실한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도쿄 한복판에 ‘전쟁반성기념관’ 같은 교육장을 건립하고, 항시적으로 젊은 세대에 과거사에 대한 교육을 해야만 한다. 독일은 이런 식으로 확실하게 과거사를 청산했기 때문에 전 세계가 그들의 진의를 인정해 주고 용서해 주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선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일본의 현 정치상황이 ‘전쟁반성기념관’ 건립에 대한 결단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고 해서 이것을 비현실적이라고 체념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가 끈질기게 여러 경로로 이를 압박하고 일본의 양심세력들이 함께 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일본에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를 기념하기 위한 평화기원탑 등이 건립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자기들의 피해를 기념하는 것일 뿐, 타국에 끼친 피해를 반성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외국 국민에 대한 잔학행위를 반성하는 몇몇 기념관도 모두 일본의 양심적 민간 독지가들이 세운 것이다. 정부가 의회의 승인을 받아 정부 예산으로 건립한 ‘전쟁반성기념관’은 하나도 없다. 일본 정부 수반은 물론 일왕까지 직접 나서 말로만 사죄한들 그것은 일시적 사건으로 끝나고 곧 잊혀지고 말 것이며,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여전히 역사의 진실을 모르고 지나칠 것이다.
일본 정부가 ‘전쟁반성기념관’과 같은 것을 국가 예산으로 건립하고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데 앞장선다면, 한국과 중국 등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아시아 여러나라 국민들도 그때 비로소 과거의 상처를 마무리하고 과거사를 용서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일본이 아시아 여러 나라들과 진정한 상생의 길로 들어서는 길이다. 이런 성의도 보이지 않고 몇 사람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물고 늘어지면서 모처럼 이룩한 6자 회담 성과물에까지 걸림돌을 놓으려 하면 세계의 고아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민족화합운동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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