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어느 원로 정치인한테서 들은 이야기다. 역사적 인물을 대하는 방법에서 한·중·일 세 나라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중국은 온 국민이 단합하여 세계적 인물을 만들어 내고, 일본은 세계적이진 못하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인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세계적 인물은커녕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도 내세우지 못한다고 한다. 한국이 5천년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 세계적 인물을 만들어내지 못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첫째, 한국의 역사를 국외에 알리는 일에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한국의 역사를 외국어로 번역하여 소개한 책자가 많지 않다. 또한 역사적 인물에 대한 비판 정신이 강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하겠다. 특히 근현대 인물일수록 냉혹한 비판이 가해진다. 이념이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평가가 상반되고, 조그만 잘못이 커다란 공을 뒤엎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은 일본 패망 후 치열한 내전을 치르고 대륙과 대만으로 나뉘어 적대시하고 있지만 모두가 쑨원(손문)을 국부로 떠받들고 있다. 마오쩌둥(모택동)은 문화대혁명으로 중국을 암흑으로 몰아가기도 했지만, 중국인들은 그의 허물보다는 오늘의 중국을 있게 한 지도자라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그를 세계적 인물로 부각시켰다. 국민 모두가 존경하는 독립운동가를 세계적 인물로 부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새로 고액권 화폐가 발행되면 김구 선생을 도안인물로… 5천년 역사에 걸맞게 한국에서도 세계적 인물을 드러내야 한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근대 인물 중에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 ‘은자의 나라’로 불렸던 한국이 세계에 널리 알려진 것은 근대에 들어와, 특히 독립운동 과정을 통해서였다는 점이 그 이유다. 세계적으로 ‘역사적 인물’이라는 공감을 얻는 것도 독립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독립운동을 한국과 일본에 국한해 이해하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한국의 독립운동은 일제의 식민지배를 극복한다는 의미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고,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숭고한 노력이었다. 미국의 조지 워싱턴, 인도의 간디, 베트남의 호찌민, 프랑스의 드골 등 건국이나 독립운동과 관련된 인물들이 세계적 인물로 부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세기를 전후하여 세계 민족의 8할이 식민지가 되어 독립운동을 전개하였지만, 한국만큼 광범위하고 치열한 독립운동을 전개한 나라는 드물다. 우리는 영국에 저항한 인도의 간디를 잘 알지만, 한국에는 그보다 더 훌륭한 독립운동가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도 국민 모두가 존경하는 독립운동가를 세계적 인물로 부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저력을 전 세계에 바르게 알릴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임시정부 주석으로 평생을 조국 독립에 헌신한 김구 선생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김구 선생은 국민적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북 모두에서 민족의 지도자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는 방안은 새로 고액권 화폐가 발행되면 김구 선생을 도안인물로 넣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독립운동과 정체성을, 그리고 김구 선생을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한시준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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